
일요일 오후,
간만에 가을 속으로 떠났다. 내가 초겨울로 들어 온건가..
느닷없이 스산해진 가을에게 볼멘소리로 불만을 털어 놓았다.
인적이 드문 괴산 지방도로 길가의 프라타너스 잎새가
떨어져 차가 지날 때마다 이리저리 쓸려 다녔다. 청명했다.
하늘은 티끌조차 없는 블루 스카이를 보여주고 있었고, 길 옆의
강물도 하늘을 닮아가고 있었다. 불정면의 시골 오랜 친구집으로 들어 섰다.
사람보다 강아지가 꼬리를 먼저 흔들며 다가왔다. 친구는 남편과 산처럼 쌓인 고추더미에서
허리를 펴며 씨익 웃음을 보인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자연을 닮아 있는 그의 남편 분은
지난 달에 뵈어 안면이 있는지라 반가움을 계면쩍음으로 표현했다. 나도 털석 고추더미 앞에
앉아 그네들이 하는 고추고르기에 동참했다. 고추는 크고 실했으나 건조과정의 실수로
탄 것들이 많이 있었다. 친구의 둘째 따님이 커피를 끓여왔다. 청주의 중앙중학교 행정실에
근무한다는 둘째. 그녀를 뒤이어 시집간 첫째 딸과 사위가 백일을 갓 넘은 아이를 품에 안고
거실에서 나왔다. 모처럼 모인 가족들의 휴일. 그러니까 친구는 벌써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
셋째 딸은 대학생이고, 막내 아들은 고3. 시골의 자연 부락에 살며 아이들도 도회지처럼
작다면 얼마나 쓸쓸할까 생각하며 아이많음을 부끄러워하는 친구에게 오히려 부러움으로
대신했다. 셋째 딸이 갓찐 옥수수를 한무더기 들고 나왔다. 그것은 시골의 인심처럼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옥수수를 베어 물으며 친구의 남편이 閉家가 점점 많아지는
농촌의 현실에 한숨을 쉬었다. 매미는 자신의 7년여의 생을 마감하는 것이 안타까운지
구성지게 울어댔다. 그렇게 가을의 문턱은 슬며시 우리에게로 넘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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