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상상에 관한 몇가지 단상

체 게바라 2006. 5. 14. 12:01

 

 

현실이 상상으로부터 배제된 영역에서 독자적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도 단순하고 순진한 사고방식이다. 현실은 끊임없이 상상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으며,

어떤 의에서는 상상이 현실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자연을 묘사한 그림을

한번도 보지 못한 채 생존에만 전념해야 했던 이는 석양이 물든 바다의 장관을 직접 목격했을 때

커다란 미학적 기쁨을 느끼지 못한 채 단지 내일은 날씨가 좋겠다거나 물고기가 많이 잡힐 것

같다거나 등의 실용적인 계산만을 하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독서를 하지 않아 인간의 심리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는 타인을 대할 때 그의 섬세한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미건조한 방식으로

대할 확율이 높다. 문학이나 연구 작품을 통해 우리는 사랑하는 법과 고통에서 벗어나는 법 등 삶의

지헤를 배운다. 비록 상상이 우리로 하여금 현실로부터 잠시 멀어지게 한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우리는 상상을 텅해 현실과 보다 심도 깊은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상상은 현실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물질적 공간,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사회로 축소되는 것을 막아주고 새로운 눈으로 현실을

바라보도록 도와준다.

 

현실에게는 끊임없이 상상적 요소를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영역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상상은 그것이 기술적이건 예술적이건 간에 사물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변화시키는

특성을 지닌다. 우리의 주변을 둘러보자. 비행기, 냉장고, 자동차 등 우리의 일상은 과거의 상상이

현실화된 기술적 발명품으로 가득 채워져 있으며 그 속에서 우리는 또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고 있다.

상상은 움직이는 것이다. 즉, 그것은 본질적으로 유동성이며 그렇기 때문에 자유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독일 관념론은 상상력과 자유의 관계를 강조했는데 피히테는 상상력을 통한 동요, 유한과

무한 사이의 흔들림은 자유정신과 창조를 가능하게 한다고 명시했다. 상상력은 감각과 연관되는

수동적인 능력이 아니라, 역동적이며 창조적인 적극적 능력이다. 그렇다면 마르쿠제가 미적 상상력을

통해 인간이 해방될 수 있다고 한 것도 자유와 상상력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르트르 역시

상상에 의해 자유가 실현된다고 주장했다. "상상은 자유를 실현한다는 점에 있어 의식 전체이다."

그렇다면 상상력이 잇다는 것은 곧 자유롭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우리의 상상은 우리를 자유롭게

만든다. 상상을 통해 우리는 일상과 현실의 한계를 탕출한다. 그러나 만일 현실 탈출이 현실 부정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상상의 현실과 구별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현실 부정이라기 보다는 그 연장이다.

상상은 우리로 하여금 현실과의 관게를 차단하기 보다는 현실의 초라함을 깨닫게 해준다. 따라서

참된 상상력은 인간으로 하여금 늘 새로운 현실을 찾아나서게 한다. 그리고 현실의 부족함을

상상으로써 극복하려는 이러한 노력은 우리로 하여금 더욱 심도 깊고 풍요로운 현실에 이르게 한다.

그렇게 때문에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예술의 자유를 억제하는 것이다.

플라톤은 예술은 모방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진실에 대한 올바른 앎을 전달하지 못한다는 예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로 그는 이상국가에서 화가, 조각가, 배우,

시인을 추방해 버릴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예술은 플라톤이 생각한 것과 달리 외부적인 현실만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어찌 보면 감각적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라 할 진실을 묘사한다. 즉 예술적

상상력은 현실의 표면적 베일을 벗기고 감각이나 이성만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무엇을 보여 준다.

낭만주의 철학자들이나 신비주의자들은 현실이란 우리가 오감을 통해 파악하는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진정한 현실은 지각된 현실에 의미와 중요성을 부여하는,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노발리스는 "예술가만이 인생의 의미를 판별할 수 있다"고 까지 말했다.

 

사람들은 철학이나 과학을 통해 현실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현실의 보이지 않는 면까지

포착할 수 있는 것은 상상하는 자의 눈뿐이다. 이처럼 상상은 결토 현실을 망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 하여금 현실과 비현실 간의 대립을 초월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상상은 언뜻 쓸모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의식만으로 보이지 않는 현실의 깊이를 궤뚫어 미래를 예언케 하는 힘을 부여하는

것은 바로 상상이다. 상상과 현실은 모순되지 않는다. 이 둘은 끊임없는 대화를 통하여 서로의 장점을

교환한다. 상상은 현실을 정신적으로 만들고 현실은 상상을 구체적으로 만든다. 무한한 가능성으로

이어진 상상은 단지 현실을 속이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새롭게 변용시킬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러므로 창조적인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자연과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고 역사의 법칙을 발견해야 하며 무엇보다 관습이나 선입견을 무너뜨릴 수 있는

지적 용기를 지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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