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선입견에 대하여

체 게바라 2006. 5. 12. 13:53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인간의 정신이 선입견을 쉽게 받아들이는 것은 인간의 신경이

낯선 것을 불편해하고 그에 대해 거부반응을 나타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프로이트의 주장대로

우리는 새롭고 독창적인 사고를 불편해하고 친숙한 선입견을 무의식적으로 선호하고 있다.

선입견은 그것이 비록 오류라 할지라도 내게 안도감을 준다. 그것은 알코올중독자 아버지를 평생

미워한 여자아이가 무의식적인 친숙함에 이끌려 아버지와 유사한 사람을 배필로 결정하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문제는 선입견을 갖고 있으면 그것이 눈을 가려 계속해서 보이던 것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친근한 것을 진리로 오해하는 성향이 있으며 더 나아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경향이 강하다. 

그것이 그토록 선입견에서 벗어나는 것이 어렵다는 반증이다. 인간은 감정적인 판단에 더 쉽게

현혹되고 욕망이 이끄는 것을 옳은 것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논리적, 이성적인 설명만으로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우리는 선입견에서의 탈출이 가능한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선입견에 의해 그토록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나의 지식과 믿음들 역시 의심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인간 지식의 근원적 역사성을 강조하는 현대의 해석학은 선입견을 우리의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선조건으로 간주함으로써 선입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고자 했다.

부정할 수 없는 선입견에 대해 마이어(G. F. Meier)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 인간은 선입견을

통해 얻은 모든 것, 그리고 어쩌면 오로지 선입견으로 인해 얻어온 모든 것을 버리지 않는다. 왜냐

하면 마치 우리가 한 악마를 추방하기 위해 다른 악마의 도움을 받는 것처럼, 낡은 선입견을 쫓아내는

일은 실제로는 새로운 선입견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표적 해석학자 가다머(H.G.

Gadamer) 역시 도대체 선입견이 제거될 수 있는가에 대해 자문하면서 "역사가 우리에 속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역사에 속하기 때문에"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역사적 사상의 흐름을 피할 수 없다고

피력한다. 한 개인의 선입견은 그의 선입견이라기보다는 유한하고 역사적인 인간의 실존적 존재

양식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선입견에 대한 적극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석학자들에 따르면 선입견에 대한 적극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다미는 절대적 이성은

인간의 환상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절대적 이성이라는 이념은 역사적 인간에게는 불가능하다.

우리에게 이성은 진정 역사적인 것이다. 다시 말해 이성은 자기 자신의 주인이 아니라, 자신이

관계하고 있는 것들에게 항상 의존한다." 선입견 없이 홀로 자주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타자없이 혼자 존재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타자없이 독자적 삶을 상상이나 할 수 있는가?

이처럼 타자는 모든 사고에 있어 본질적 존재이다. 진정한 사고는 대화이며, 대화에 있어 타자의

사고와 나의 사고를 교환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즉, 선입견없이 스스로 사고한다는 것은 타인의

생각을 무조건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선입견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내가 스스로 생각하기 위한 조건을 마련해 주기도 하므로 무조건적으로 선입견을

부정하기 보다는 선입견을 비판적으로 고찰할 수 있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선입견이 인간

실존이 처한 현실을 증명한다면 내가 선입견을 비판할 수 있다는 사실은 내가 단지 문화나 교육의

산물이 아닌 자유로운 존재라는 것을 증명한다.

 

모두가 선입견을 비판하고 선입견에서 자신은 자유롭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자기 자신이 어떤

역사 속에 던져져 있으며 그로부터 어떤 영향과 제약을 받고 있는지를 냉정히 통찰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지니고 있는 선입견을 인지한다는 것은 부단히 자기 자신을 떠나 타자의

눈으로 자기 자신을 관찰하고 열린 마음을 지닐 떼에만 가능하다. 삶은 편견과 선입견으로 가득하며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살아온 삶의 방식에 따라 사물을 판단한다. 그러나 비록 선입견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하여도 선입견에 함몰되어서는 않되며 그것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모든 우리

인간의 의무이다. 나의 의식과 무의식을 둘러싸고 있는 선입견에서 벗어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내가 선입견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겸허히 인정하고 "과연 내가 믿고 있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짐으로써 우리는 비교적 자유로운 의식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고 보다 진리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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