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사회 54호 -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의 『제국』─ 제국주의에서 제국으로
<윤수종>
1. 제국
『제국』의 안토니오 네그리Antonio Negri와 마이클 하트Michael Hardt가 쓴 『제국Empire』(Harvard University Press, 2000)은 저자들의 말대로 마르크스의 『자본』과 들뢰즈와 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을 모델로 삼아 현재의 제국주의(세계 지배 상황)를 분석한 것이다. 저자들은 이 책을 쓰면서 광범위한 학제적 접근법을 적용하려고 최선을 다하였다고 한다. 자신들의 주장은 철학적이자 역사적이고, 문화적이자 경제적이며, 정치적이자 인류학적인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한다. 부분적으로 저자들의 연구 목표는 이러한 광범한 학문 간 교류를 요구한다. 왜냐하면 과거 좁은 학문 분과적 접근으로 충분했던 경계들이 제국에서는 점차 파괴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들이 기여하고자 하는 바는 전반적인 이론적 틀과, 제국을 이론화하기 위한 그리고 제국 안에서 제국에 대항하여 활동하기 위한 개념들의 도구 상자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한다.1)『제국』은 한편으로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입각해 있다는 점에서 마르크스주의적인 설명들을 많이 계승하고 있다. 탈근대주의(포스트모더니즘)가 문화 쪽으로 기울고 사회 변화에서 생산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해온 점들에 대해 비판하면서 생산의 새로운 변화를 강조하는 점이 특히 그러하다. 제국주의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인 설명 및 비판은 커다란 흐름을 형성해왔다.
저자들은 마르크스의 제국주의적 경향에 대한 단편적인 서술들에 이어 레닌의 독점 자본주의의 반동화 테제에 입각한 제국주의 설명, 그후 힐퍼딩이나 로자 룩셈부르크의 제국주의에 대한 설명들을 비판적으로 전유한다. 예컨대 마르크스주의적인 입장에서 전형적인 제국주의론으로 알려진 레닌의 제국주의에 대한 설명을 정치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즉 주체성의 입장에서 새로운 설명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힐퍼딩의 제국주의론에서는 금융 자본으로의 경향을 받아들이고 특히 로자 룩셈부르크의 논의에서는 자본주의가 비자본주의 부문을 향해 팽창해나가는 측면에 주목한다. 저자들은 이 지점에서 내부와 외부의 변증법을 도입하여 제국주의의 변화상을 설명해내려고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탈근대 사상의 흐름을 뚫고 나아가 반근대적인 문제 설정을 공유해나간다. 마키아벨리, 니체, 스피노자 등에 근거하여 근대적인 문제 설정의 한계들을 비판하고 차이와 다양성을 긍정하는 탈근대적인 문제 설정을 흡수해나간다. 그러나 탈근대적인 문제 설정을 차이와 해체로서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또한 차이를 통합하거나 초코드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차이들을 통해 표준화되지 않은 구성을 구축해나가려고 한다. 저자들은 이러한 문제 설정에서 근대적 주권 개념을 분석해나간다. 국민 국가에 기반한 근대적 주권은 네트워크 권력에 기반한 제국적 주권으로 변형되어간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어쨌든 이러한 이행에서 탈근대화의 생산적 내용으로서 생산의 정보화에 주목한다. 제국주의에서 제국으로의 변형 과정에서 권력의 문제, 즉 주권의 변형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주권이 유지되는 지형인 생산의 영역으로 하강한다. 더욱이 생산을 객관적인 경제적 영역의 생산으로 좁히는 것이 아니라 주체성의 생산이란 측면을 강조해나간다. 이러한 사고의 밑바탕에는 자본주의 발전을 추동하는 것은 대중의 저항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 밖에 생체 정치적 생산으로의 이행과 차이를 용인하면서 통합을 해나가려는 제국적 권력의 새로운 양상과 기존의 훈육 통치에서 통제 사회로의 이행을 강조하는 것은 푸코와 들뢰즈, 가타리의 생각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볼 때, 『제국』은 그간 경직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들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문화 및 상부 구조 설명에 치우쳐온 탈근대주의를 비판하고 넘어서려는 함의를 지닌다. 근대의 이성 중심성을 비판하고 해체를 지향하였던 탈근대주의의 흐름은 대중에 대해, 특히 사회의 주변으로 밀려나는 대중의 양상에 대해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생산 대중의 중요한 새로운 측면인데 말이다. 또한 『제국』은 그간 다양하게 제기되어온 제국주의에 대한 상을 정리해주는 의미를 지닌다. 국민 국가의 경계를 강조하던 그간의 제국주의상을 해체하며, 특히 세계 체제론적인 관점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하고 있다. 로자 룩셈부르크의 문제 의식을 확대하면서 세계 시장의 보스인 제국의 등장에 초점을 맞추어나간다. 특히 제국은 탈근대적인 양상들을 포섭하면서 새로운 지배의 양상을 보여준다는 점을 강조한다.
2.자율주의자: 네그리와 하트
네그리와 하트는 마르크스주의적 흐름에서 자율주의자로 평가된다. 흔히 ‘아우토노미아Autonomia’로 불리는 이 흐름은 이탈리아 비의회 좌파 운동의 커다란 흐름이면서 동시에 이론적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었다. 아우토노미아는 60년대 말 이후 노동자 운동에서 나타난 ‘노동 거부’를 통해 공산주의적 전통(공산당)을 부정하고 부분적으로는 레닌주의와, 그리고 자본주의적 발전의 다른 형태일 뿐인 현실 사회주의와 대립하는 것이다. 아우토노미아는 처음에는 자본주의 발전으로부터 노동자 계급의 분리 및 독립을 의미했다. 그리고 ‘생산적’인 노동자 계급의 신성한 제도들(노동조합과 정당)과는 독립적인 프롤레타리아적 관심, 투쟁, 조직의 영역이라는 의미를 더 지니게 되었다. 더 나아가 아우토노미아는 점차 다면적인 잠재력으로 공산주의 사회를 구성해가는 주체의 특징을 의미하게 되었다. 아우토노미아적인 흐름은 미국 쪽에서는 해리 클리버Harry Cleaver 2)를 비롯한 경제학자들과 오토노미디어Autonomedia 출판사의 출판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유럽 쪽에서는 운동 측면에서 70년대 이탈리아에서의 흐름이 독일을 중심으로 중북부 유럽으로 확산되어왔다.3) 최근에는 마르크스주의의 쇄신을 지향하는 많은 학자들에 의해 주요한 흐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아우토노미아 흐름에서 이론적인 중심 인물이 안토니오 네그리이다.4) 안토니오 네그리는 1933년 이탈리아의 파도바Padova에서 태어났고, 50년대 후반부터 60년대 초반에는 헤겔, 딜타이, 마이네케, 칸트, 데카르트 등 철학자들의 인식론?철학?정치학?국가론 등을 연구하였다. 네그리는 학문 활동 외에도 정치 활동을 하였다. 학생 시절에는 가톨릭 조직에서 활동하기도 하였는데, 50년대 말부터 주로 잡지 발간에 관여하였고, 60년대 초반에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자본』 독서 강좌를 조직하였다. 또한 노동자 계급 아우토노미아론을 처음으로 제기한 『붉은 노트Quaderni Rossi』지의 간행에 참여하였고, 그후 『노동자 계급Classe Operaia』 등 다양한 잡지를 중심으로 한 집단 활동에 개입하였다. 특히 네그리는 67년부터 10여 년 간 활발하게 전개된 자율 운동5)의 폭발을 지켜보면서 이론적?조직적으로 개입하게 된다. 이 시기에 수많은 조직들이 형성되었고 이들은 이탈리아 공산당의 좌파를 형성하였는데, 독자적인 잡지들을 냈고 네그리의 이론을 자신들의 논거로 삼았다. 파도바에서는 60년대 후반에 들어 명성 있는 학자 집단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이들은 네그리가 창설한 파도바 대학 정치과학연구소를 중심으로 급진적 사상을 발전시켰다.6) 네그리는 자율 운동에 감명을 받고 운동에 깊숙이 개입하는 글들을 많이 쓴다. 『노동에 반대하는 노동자당』(1974), 『프롤레타리아와 국가』(1976), 『전략의 공장』(1977), 『국가 형태』(1977) 등에서 네그리는 전체적으로 이탈리아 공산당의 주장을 전면적으로 비판하면서) 아우토노미아의 지향을 잘 보여준다. 70년대 말로 접어들면서 ‘역사적 타협’에 따라 공산당이 지배 권력에 동참하고 대중 운동은 더욱 격렬해졌다. 국가 권력은 ‘붉은 여단’ 등의 무장 조직을 빌미로 하여 자율 운동의 흐름을 탄압하였고, 그 와중에 네그리는 폭동 교사 및 폭력을 전국적 규모로 확산시켰다는 죄목으로 수배당하자 프랑스로 갔다(많은 이탈리아 지식인들이 프랑스로 망명하였다).
프랑스의 철학자들을 접하면서 네그리는 아우토노미아의 인식론적 기반을 넓혀간다.8) 파리에서 네그리는 파리 7대학 및 고등사범학교에서 교수로 임명되었다. 이때 그의 가장 중요한 저서 가운데 하나가 된 『요강』(『마르크스를 넘어선 마르크스』9)로 출간)의 강의가 이루어졌다. 1979년 4월 7일, 네그리는 붉은 여단이 행한 알도 모로Aldo Moro(이탈리아의 전 수상) 살해와 연루된 혐의로 이탈리아에서 체포, 구금되었다. 이때 아우토노미아 운동을 하던 20여 명 이상의 교수,작가,언론인 등이 같이 체포되었다. ‘수인’으로서 네그리는 자유인의 새로운 자유의 공간을 밝혀주는 철학서인 『야만적 별종』10)이란 스피노자 해석서를 써냈다. 지배 ‘권력pouvoir’에 대항하여 ‘역능potenza, puissance’을 특권화한 것으로 스피노자를 독해하면서, 역능 개념에 기초하여 물질적 생산과 정치적 구성constitution 개념을 결합시킴으로써 욕망에 기초를 둔 구성적 존재론과 집단적 창조성을 긍정하는 것으로 나아갔다. 대중multitude의 역능에 기초한 구성 권력의 전망은 그의 공산주의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더욱 확정해준다. 또한 여기에서 홉스, 루소, 헤겔로 이어지는 계약론적, 초월론적 정치론의 전통에 대비해 마키아벨리, 스피노자, 마르크스의 공포와 희망의 정치학이라는 전통을 개관해준다.
네그리는 감옥에 있을 때 급진당의 일원으로서 의원에 당선되었다. 법에 따라 의원에 대한 기소 면제로 1983년 여름에 일시 출옥하여 프랑스로 갔다(망명). 이때 궐석 재판을 통해 네그리에게는 30년 형이 선고되었다. 네그리는 파리에 가서 펠릭스 가타리와 공동작업을 하여 현대판 매니페스토라고 할 수 있는 『자유의 새로운 공간』(1985)11)을 발간하였으며, 포스트모던 조건 속에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한 『전복의 정치학』(1989)12)을 썼다. 네그리는 파리 8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면서, 『전미래』라는 잡지를 발간하고 여기에 글을 실었다. 네그리는 자신의 그간의 주장을 테제식으로 정리해주고 있으며,13) 마이클 하트와 함께 글을 쓰기도 하였다. 또한 들뢰즈, 가타리 등이 전개한 유목민적 사유 양식에 공감하면서, 새로운 사회의 구성 가능성을 확인한다. 1992년에는 『구성 권력론』이란 책을 썼으며, 그후 프랑스에 있으면서 얀 물리에르 부탕, 라자라토 등과 함께 기업의 탈근대적 경영 방식 및 조직화 방식,14) 그리고 비물질적 노동15)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1997년에는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가 수감되었다.16) 최근에는 감옥에서 풀려났으나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고 한다. 네그리와 공동 작업을 한 마이클 하트는 1990년 워싱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듀크 대학 문학과 소설 연구 학부의 부교수이다. 그는 ‘마르크스주의와 사회’라는 강의를 개설하고 있으며, 20세기 문학에서 모더니즘과 리얼리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트는 1993년에 들뢰즈의 철학 사상을 요약 정리한 책17)을 썼다. 이 책에서 하트는 베르그송의 존재론, 니체의 윤리학, 스피노자의 실천 등에 대해 정리하였다. 앞서 말한 대로 네그리와는 『디오니소스의 노동』(1994)이라는 책을 썼다. 이 책은 네그리가 60~70년대에 썼던 글을 묶고 몇 개의 글을 네그리와 하트가 새로 써서 편집한 것이다.
하트는 이탈리아 아우토노미아 사상 흐름을 영역하여 미국에 소개하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네그리의 책으로는 『야만적 별종』을 영역하였으며 그외에도 이탈리아 아우토노미아 사상가들의 책을 여러 권 영역하였다. 또한 미네소타 대학에서 일련의 아우토노미아 관련 책들을 출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하트는 듀크 대학의 문학 프로그램의 방문 조교수로 프랑스에 가서 네그리와 함께 『제국』을 썼다. 하트는 『전미래』의 편집에도 관여하였고 글도 썼다. 『제국』은 네그리가 이탈리아로 돌아가 수감되어 있던 상황에서 출간되었다. 하트는 최근에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영화감독 파졸리니Pier Paolo Pasolini의 저작과 영화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네그리는 여러 사람들과 접촉하였으며 따라서 그의 사상도 다양한 측면들을 포괄하고 있다. 더욱이 하트는 탈근대적인 철학 쪽에 관심이 많았다. 이러한 두 사람의 공동 작업인 『제국』은, 전체 구도에서는 네그리의 생각이 많이 담겨 있는 것 같고, 중간중간의 서술에서는 문학적인 내용들이 많이 들어 있는데 이것은 하트의 개입으로 보인다. 또한 저자들이 가까이했던 푸코, 들뢰즈, 가타리의 생각이 삽입된 흔적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제국』은 그야말로 종합적인 분석이라고 할 수 있겠다.
3.제국주의에서 제국으로
이 책의 핵심적인 주장을 테제식으로 말한다면 제국주의에서 제국으로의 이행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수십 년 넘게, 식민지 체제가 무너졌을 때, 그리고 나서 자본주의 세계 시장에 대한 방해물이었던 소련 및 동구권이 최종적으로 붕괴하자마자, 저항할 수 없고 되돌릴 수 없는 경제적 교환들과 문화적 교환들의 지구화가 진행되었다. 전지구적 시장 및 전지구적 생산 회로와 더불어 전지구적 질서, 새로운 지배 논리 및 지배 구조, 즉 새로운 주권 형태가 등장해왔다는 것이다. 네그리와 하트가 말하는 제국은 바로 이러한 전지구적 교환들을 효과적으로 규제하는 정치적 주체, 즉 세계를 통치하는 주권 권력이다. 즉 세계 시장의 우두머리인 셈이다. 이 책은 4부로 이루어져 있고 2부와 3부 사이에 ‘간주곡’이라는 삽입부가 들어 있다. 1부 ‘현재의 정치적 구성’에서는 제국에 대한 일반적인 문제 설정을 소개한다. 먼저 국제적 질서에서 전지구적 질서라는 질서 관념의 변화를 설명하고 전지구적 시민 사회로의 이행을 강조한다. 이러한 전지구적 시민 사회의 지배 구조인 제국은 ‘정당한 전쟁’이란 무기와 ‘경찰권’이라는 통치 기술을 동원하면서 제국적 권위 모델을 만들어낸다.
제국은 ‘개입권’을 내세우면서 ‘보편적 가치들’에 호소함으로써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한다고 한다(1장). 나아가 훈육 사회에서 통제 사회(들뢰즈의 개념)로의 변형에 주목하면서 이제 생산은 삶 자체의 생산이 되었다고 강조한다. 권력 자체도 주체성의 생산에 개입하는 생체 권력으로 작동하며 산노동living labor에 대한 직접적 개입이라는 특징을 띤다. 이러한 새로운 조건 속에서 정당화 문제가 달리 드러나게 된다. 정당화는 이데올로기적인 개입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소통을 통해서 자신을 타당화하는 자기 자신의 언어를 발전시킴으로써 주체가 자신의 권위 이미지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새로운 정당한 무력을 행사한다고 주장하는 제국적 기계는, NGO들을 도덕적 정당화의 기계들로 삼아 전개된다고 한다(2장). 이러한 거대한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제국의 권력에 저항하는 대중들의 움직임이 끊임없이 돌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전지구적으로 여러 곳에서 분산적으로 이루어지는 이러한 투쟁들은 제국에 대항하여 하나의 전선을 이룬다. 그러나 소통 시대에 역설적으로 이러한 투쟁들은 한편으로 소통 불가능성에 직면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업 노동자 계급에 중심을 두고 약한 고리론에 입각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두더지와 뱀처럼 다양한 흐름들을 만들어내면서 강한 고리를 공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대중으로부터 솟아나고 있다고 주장한다(3장).
책의 중심 지점인 2부와 3부에서는 근대에서 탈근대로의 이행 혹은 제국주의에서 제국으로의 이행에 대해 이야기한다. 2부는 우선 사상과 문화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근대 초기에서 현재까지의 이행을 이야기한다. 2부를 관통하는 핵심은 주권 개념의 계보학이다. 3부는 생산의 관점에서 동일한 이행을 이야기한다. 여기서 생산은 경제적 생산에서부터 주체성 생산에 이르기까지 광범한 의미에서 이해되고 있다. 그리고 2부와 3부의 내적 구조는 일치한다. 각 부의 첫번째 장들은 근대적 제국주의적 국면을 다루고, 중간 장들은 이행 메커니즘을 다루며, 마지막 장들은 탈근대적 제국 세계를 분석한다. 2부는 ‘주권의 이행’이라는 제목이 보여주듯, 이른바 상부 구조의 변화를 설명한다. 물론 네그리와 하트는 상부 구조와 토대라는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적 토픽을 거부하지만 말이다. 중세를 파괴한 근대 주권은 유럽의 근대성의 시작과 더불어 전개되었으며 근대성은 투쟁, 갈등, 위기로 특징지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근대성의 위기를 해결하려는 계몽 시대의 반혁명적 기획은 초월적 장치를 제시하였으며 초월성과 대표성을 특징으로 하는 근대적 주권이 형성된다고 한다(1장). 특히 근대적 주권은 절대주의 국가 위에서 국민(민족) 개념이 발전되면서 형성된다고 강조한다.
국민 정체성의 구축은 국민(국가)의 인민들을 기반으로 주권의 정당성을 보장하며, 국민 국가의 권리와 권력을 보장한다고 한다. 국민은 공동체를 상상하는 유일한 방식이 되지만, 지배자의 수중에서는 울혈과 복고를 촉진하는 반면 피지배자의 수중에서는 변화와 혁명의 무기가 된다고 한다. 특히 위기의 시기에 국민 국가는 공화국으로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전체주의로 나아간다고 한다(2장). 여기서 주권의 분화가 나타나며 식민지 주권 문제가 등장한다. 저자들은 식민주의의 관점에서 주권 개념의 계보학을 검토한다. 근대성의 위기는 처음부터 인종적 종속 및 식민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전개된다. 국민 국가는 내부적으로는 인민의 순수성을 창조하고 재생산하는 반면, 외부적으로는 타자를 생산하고 인종 차이를 창조하고 근대적 주권 주체를 한정하려는 경계들을 세운다. 역사적으로는 유럽적 정체성에 변증법적으로 대립하는 타자로서 식민지가 형성된다. 식민주의와 인종 종속은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정체성 및 문화의 측면에서 유럽의 근대성의 위기에 대한 일시적인 해결책으로서 기능한다. 즉 타자성의 생산을 통해 유럽적 정체성은 식민주의를 작동시키지만 그 타자성은 부메랑의 계기가 되어 대항 폭력(민족 해방 투쟁)을 불러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항 폭력은 대중을 대표하는 인민, 인민을 대표하는 국민, 국민을 대표하는 국가라는 연쇄 고리로 나타나는 대표제 논리를 따르고 있으며, 바로 국가는 민족 해방이라는 독이 든 선물이라고 한다(3장).
그러나 탈근대주의 이론들과 탈식민주의 이론들은 세계 시장의 팽창과 주권 형태의 이행을 나타내는 징후들이라고 본다. 탈근대주의 이론들은 표준화를 추구하는 근대적 이성 중심의 사고에서 차이의 정치로 나아가는 추세를 주목한다. 그리고 탈식민주의 이론들은 식민주의적 이분법을 넘어서 잡종성의 해방을 향해 나아간다. 또한 근대성과 근대화에 대한 반대로서 이슬람 근본주의도 나타난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순환?이동성?다양성?혼합 등의 특징들은 세계 시장 이데올로기로 수렴되어 이행의 가장 전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세계 시장 이데올로기 속에서 이러한 특징들은 그 자체로 해방적이지 않으며, 생산적이고 정치적인 지형에 서 있는 가난한 사람들(빈민)의 특성이 될 때 해방적일 수 있다. 이러한 인식에서 저자들은 생산 지형으로 논의의 지평을 옮겨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4장). 저자들은 생산 지형으로 넘어가는 고리로서 공간에 대한 논의를 통해, 미국의 독립 과정에서 국민 국가에 한정되어 있던 유럽식 주권과는 달리, 팽창 경향과 열린 국경들을 지닌 제국적 공간을 향해 나아갈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주권 권력(네트워크 권력)의 양상을 탐색한다. 물론 그러한 제국적 공간은 폐쇄되면서 아메리카 제국주의가 등장하여 냉전을 주도한다(5장). 이제 외부를 통해 내부를 규정한 근대적 주권에서 벗어나 더 이상 외부가 없는, 특정한 장소에 고착될 수 없는 무(無)장소의 제국적 주권이 형성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러한 제국적 주권 하에서 인종주의는 이분법적인 것이 아니라 미분적differential임을 강조한다. 고정되고 영원한 경계로 나누어진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고 무정형적인 적대와 갈등의 선들이 무수히 작용하는 인종주의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부와 외부를 점점 구별하기 힘들어지면서, 감옥,가족,공장,학교 등 다양한 설비들 속에서 주체성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제국적 주권은 관대하고 자유주의적인 얼굴을 지니며 다양성을 포괄하려고 한다. 또한 차이를 긍정하면서 그 차이들을 일반적인 명령 틀 안에서 관리해나간다.
이처럼 제국적 주권은 하나의 중심적인 갈등을 둘러싸고 조직되지 않고 오히려 미시 갈등들의 유연한 네트워크를 통해 조직된다. 그리하여 제국 사회의 모순들은 파악하기 어렵고 증식하며 국지화할 수 없다. 따라서 모순은 도처에 있으며 제국은 총체적인 위기를 드러낸다. 총체적인 위기 속에 있으므로 제국은 해체나 돌연변이를 의미하는 부패로 특징지어진다. 부패의 양상은 유동성 ― 구성과 해체, 생성과 퇴화의 물결들 ― 으로 드러난다. 네그리와 하트는 근대 주권에서 제국 주권으로의 이행을 인민에서 대중으로, 변증법적 대립에서 잡종성의 관리로, 근대 주권의 장소에서 제국의 무장소로, 위기에서 부패로라는 개념적 틀로 요약한다. 이러한 틀 속에서 (노동) 거부는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고 새로운 생활 양식들을 창조해나가려 할 때 해방의 정치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6장). 네그리와 하트는 사고의 영역에서 생산의 영역으로의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책을 사고(주권 관념)의 이행(2부)과 생산의 이행(3부)으로 조직하였다. 2부와 3부 사이의 ‘간주곡: 대항 제국’은 하나의 관점에서 또 다른 관점으로의 움직임을 연결하는 돌쩌귀로서 기능한다.
마르크스가 시끄러운 교환 영역을 벗어나서 숨겨진 생산의 장소로 내려가게 만든 『자본』에 있는 계기와 같은 어떤 것을 작동시키도록 하기 위하여 이러한 관점 전환을 의도했다고 한다. 생산의 영역은 사회적 불평등이 분명히 드러난 곳이며, 더욱이 제국의 권력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저항과 대안이 생겨나는 곳이다. 따라서 3부를 강조하는 것은 탈근대주의의 문화 편향에 대해 정정의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겠다. ‘생산의 이행’이란 이름을 단 3부는 흔히 포스트포드주의적 변화라고 하는 것들을 제국이라는 문제 설정에 입각하여 분석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저자들은 자본주의가 외부에 대한 욕구 때문에 자신의 통제 부분을 계속적으로 확장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확장 과정에서 자본주의는 비자본주의 환경 자체를 자본화한다. 즉 외부를 내면화한다. 또한 이윤율의 균등화와 포섭을 통해서 자본주의적인 세계 시장이 성립된다. 이제 자본주의적 조절은 국민 국가의 조절에서 전지구적 시장의 정치적 조절로 나아가게 되며 이것은 제국주의에서 제국으로의 이행의 주요 특징이다(1장). 통치의 측면에서 볼 때 자본주의적 개혁으로 제시되었던 뉴딜 정책은 경제 발전을 조절하는 새로운 기획이었고 전후 경제 재건 모델은 훈육 사회의 팽창 모델이었다고 한다. 점차 전지구적인 훈육 국가가 등장하여 주민들의 생활 주기를 더욱 광범위하고 깊게 포괄해나가고 주민들의 생산 및 재생산을 자신의 교섭 틀 안에 질서지어나간다. 탈식민화와 탈중심화에 이어 전세계에 훈육적인 생산 및 지배 형태를 확산시켜왔다는 것이다.
주체들은 특히 1960년대 이후 근대성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이게 되며, 따라서 지배 권력은 더 이상 근대적 주권 패러다임으로 지배할 수 없게 된다. 주체들의 횡단적인 이동성이 증가하면서 전지구적인 훈육 모델이 모습을 드러내며, 실질적 포섭이 진행되면서 세계 시장의 지배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또한 축적의 양상도 변하여 사회적 부는 점차 비물질적인 성격을 띠고, 사회 관계, 소통 체계, 정보, 정서적인 네트워크 등이 주요한 부의 형태가 되며, 정보의 축적이 생산의 사회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2장).
국제적인 훈육 질서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투쟁들이 수렴된다. 자본주의 위기는 자본주의 자신의 동학뿐만 아니라 오히려 프롤레타리아트의 운동(저항)에 의해 증폭된다. 위기에 대해 자본주의는 자신을 재구조화하고 프롤레타리아트에게 억압으로 대응해왔지만, 동시에 프롤레타리아트의 계급 구성을 변형시켜왔다. 그 결과 새로운 프롤레타리아트 주체성의 생산에 직면하고 대응해야만 했다. 이러한 주체성의 새로운 생산은 결국은 비물질적 노동의 전개 속에서 표현되는 생태적 투쟁, 즉 생활 양식에 대한 투쟁을 가져왔다(3장). 저자들은 탈근대화를 생산의 정보화로 이해하며, 제국으로의 이행을 특징짓는 생산의 변형으로서 주목한다. 탈근대화 과정에서 모든 생산은 서비스 생산을 향하고 정보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주체들은 점점 더 비물질적인 노동의 형태들을 띠기 시작하는데, 특히 비물질적 노동 형태에서는 협동이 노동 자체 속에 내재한다고 한다. 이제 사회의 생산성, 부, 사회적 잉여의 창조는 언어적?소통적?정서적 네트워크들을 통한 상호 작용 형태를 띠게 된다. 지리적으로는 탈집중화와 전지구적 분산의 양상으로 나타나는 네트워크 생산은 생산의 탈영토화를 가져오며, 몇몇 핵심 도시들의 금융 서비스와 무역과 관련된 서비스(생산적 서비스)가 전지구적 생산 네트워크를 경영하고 지배한다.
정보 고속도로로 표현되는 소통 네트워크의 구조와 관리는 생산의 지형에서 중요한 것으로 등장하였다. 물론 저자들은 이러한 전지구적인 정보 인프라를 사유화하는 자본주의 권력의 작동(소수 독점적인 모델)에 저항하여 공통적인 것(민주주의적인 즉 리좀적인 모델)을 만들어나갈 것을 주장한다(4장). 이처럼 거인들(초국적 기업과 전지구적 생산 및 유통 네트워크)이 지배하게 되고 국민 국가의 일국적인 헌법 체계는 약화되지만, 새로운 전지구적 구성의 피라미드가 나타난다고 본다. 피라미드의 꼭대기에는 미국이 있고, 그 바로 밑에는 초국적 기업들과 다양한 네트워크들이 있다. 맨 밑은 인민의 이해를 대변하는 집단들로 구성된다. 이 전지구적 피라미드에서 국민 국가들은 인민의 이익을 대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지구적 인민은 정부 기구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민 국가와 자본에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다양한 조직들에 의해서 오히려 대변된다. 전지구적 시민 사회에서 가장 새로운 세력들은 바로 NGO들로, 이들도 누구를 대표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대표하는 것은 인민의 근저에 있는 생명력이며, 따라서 그들은 정치를 일반적인 삶이란 문제로 변형한다. 따라서 이들은 삶 자체의 요구들에 대처하려는 ‘정치를 넘어선’ 제국의 작동과 일치하기도 한다. 이제 제국은 근대적이고 자유주의적인 혼합된 구성 모델에서 잡종적 구성 모델로 넘어간다. 통치 형태의 측면으로 말하면, 훈육적 통치 패러다임에서 통제적 통치 패러다임으로 넘어간다. 보편적인 네트워크 속에서 잡종적인 주체들이 형성되며, 매체 조작을 통한 제국의 스펙터클은 공포의 소통을 통해 통제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물론 저자들은 이러한 스펙터클에 대항하여 주체들의 새롭고 더욱 강력한 투쟁 장소들과 투쟁 형태들이 나타난다는 점을 강조한다(5장). 이제 제국적 주권은 초월성에 근거한 근대적 주권과는 달리, 지배 관계의 연계와 네트워크를 통해 내재성의 구도 위에서 작동한다. 자본은 흐름들의 전반적인 탈코드화, 대규모 탈영토화, 그리고 이러한 탈영토화되고 탈코드화된 흐름들의 접속을 통해 기능한다. 제국적 주권은 기존의 홈이 파인 공간을 통해서가 아니라 매끄러운 공간을 통해서 작동하는 새로운 분절화(지층화)를 가져온다. 즉 새로운 주변자들을 양산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국적 행정은 분산시키고 분화시키는 메커니즘으로서 행동하며, 자기 조절을 통해 그리고 제국의 내부 경찰력에 의해 갈등을 조절하고 폭력을 실행함으로써 지배한다. 이러한 제국적 명령(지배)은 생체 정치적 통제 양식을 통해 실행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제국적 지배는 폭탄?화폐?에테르(소통의 관리, 교육 체계의 구조화, 문화의 조절)를 통해 실행된다. 저자들은 이러한 제국적 지배에 대항하는 방향으로, 거대한 정부, 거대한 기업, 거대한 노동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적 협동의 네트워크 속에서 대중의 자율적 자치를 구성해나갈 것을 주장한다(6장).
마지막으로 4부 ‘제국의 쇠퇴와 몰락’에서 저자들은 제국을 넘어서는 운동 노선들을 추적하고 대안들을 밝히려고 한다. 저자들은 척도를 벗어난 측정할 수 없는 것을 주목하고 척도를 넘어선 것(가상적인 것)을 사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제국에서 가치는 척도를 넘어서 발생한다. 이 척도를 넘어서는 것, 즉 가상적인 것은 대중의 활동 역능이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제국적 권력은 자신의 생명력을 항상 새로운 에너지 및 가치 원천을 창조하는 대중의 역능에서 끌어오는 기생충이다. 대중의 가상적 역능이 지닌 척도를 넘어선 활동은 제국의 존재론적 밀도를 구성하지만 제국의 구성된 권력constituted power과 끊임없이 갈등한다. 세계 공간이란 가상성 속에서 이동적인 대중은 전지구적 시민권을 획득해야 한다. 여기서 저자들은 탈주의 형태로 유목론과 이종 혼합을 제기한다. 대중은 축적된 지식, 기술, 그리고 노하우가 창조한 집합적이고 사회적인 지성으로서 노동 역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제국에서는 가상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 사이의 이행의 상이한 대안들을 둘러싼 정치 투쟁이 중심적인 투쟁 지형이 된다. 가상적인 것은 가능한 것과 현실적인 것을 접속시키는 이음새이며, 척도 바깥에 있으면 파괴적인 무기가 되고 척도를 넘어서 있으면 구성 권력constituent power이 된다(1장). 이러한 커다란 그림을 그리고 나서, 저자들은 지금까지의 제국 구성 이론에 대비하여 제국 쇠퇴 이론을 전개한다. 대중의 저항에 의해 촉진된 위기 속에서 형성된 제국은 생체 정치적 세계이며 이 생체 정치적 세계의 원동력을 생성generation이라고 한다. 생성에 반대되는 것으로서 부패는 욕망의 사슬을 깨부수며 생체 정치적 생산 지평을 가로질러 욕망의 확장을 방해하는 것이다. 부패 형태는 무한히 많지만 네그리와 하트는 몇 가지를 강조한다. 근본적인 생체 정치적 생산에 의해 규정되는 공동체 및 연대와 대립하고 이것을 파괴하는 것(마피아 형태의 부패), 마르크스주의에서 전통적으로 말하던 착취, 이데올로기의 기능 작용이나 언어적 소통 감각의 도착, 그리고 제국 정부가 실천하는 테러 위협 등이 그것이다. 제국은 각종 부패를 통해 대중의 협동적 자율성을 부추기면서 동시에 그 자율성을 방해하고 통제하려고 하는 반면, 대중은 그 자율성을 확장하여 구성 권력을 만들어가려고 한다(2장).
마지막으로 저자들은 형이상학적이고 초월적인 매개들에, 폭력과 부패에 대립하는 대중의 ‘지상의 도시,’ 즉 노동과 협동의 절대적 구성을 향해 나아갈 것을 역설한다. 저자들은 그 주체적인 방안으로 몇 가지를 제안한다. 세계를 이동하는 자율적 대중이 지닌 역능을 활성화하는 방안으로서 ‘전지구적 시민권’을 주장한다. 공간적으로 주변화되는 다양한 층들을 포괄할 수 있는 연대의 고리로서 말이다. 그리고 시간적으로는 생체 정치적 생산이란 상황에서 사회적 임금과 모두에게 보장된 수입을 제공하자는 ‘사회적 임금권’을 내세운다. 그리고 생산 수단을 비롯한 지식?정보?소통?정서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통제할 수 있는 ‘재전유권’을 주장한다. 물론 이러한 정치적?강령적 요구를 담지한 대중의 활동적 힘(역능)posse이 재전유와 자기 조직화의 원동력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제국의 시대에 투사의 모습은 대중의 삶을 가장 잘 표현하는 사람, 즉 생체 정치적 생산과 제국에 대항한 저항의 담지자여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념을 갖춘 대변인으로서의 지식인이 아니라 대중의 역능(욕망)을 활성화할 수 있는, 즉 대표제적인 활동이 아니라 구성적인 활동을 해나가는 활동가의 모습 말이다.
4.제국에 대항하는 대중
이상과 같이 저자들은 ‘제국주의에서 제국으로의 이행’이라는 테제로 지구화(세계화) 논의를 정리하고 대중의 역능에 기초한 저항 운동을 생각하고 있다. 저자들이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우리가 직면하는 제국은 엄청난 억압과 파괴의 역능을 휘두르지만, 그러한 사실 때문에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구 지배 형태를 그리워해서는 안 된다. 제국으로의 이행과 세계화 과정은 해방(자유화) 세력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한다. 물론 세계화는 하나의 사태가 아니라 복수적 과정이며, 통일되어 있거나 단성적이지 않다. 우리의 정치적 과제는 이러한 과정에 단순히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재조직하여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다시 방향을 찾는 것이다. 제국을 유지하는 대중의 창조적 힘은 또한 대항 제국을, 즉 전지구적 흐름과 교환의 대안적인 정치 조직을 자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 따라서 현실적인 대안을 구축하기 위한 투쟁뿐만 아니라 제국에 항의하고 제국을 전복하는 투쟁은 제국적 지형 자체 위에서 발생할 것이다.
그러한 새로운 투쟁은 이미 전지구(세계적 공장)에서, 공장에서 학교에서 감옥에서, 내 머리 속에서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이러한 투쟁(거부)들을 통해 대중은 새로운 민주적 형태들을, 새로운 삶의 형태들을 만들어감(자기 가치 증식)으로써, 제국을 관통하고 제국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제국의 권력을 장악해서가 아니라 제국의 기계들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기계들을 발명함으로써 말이다. 흔히 제3세계라고 불리는 지역이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대중들은 점점 더 제국과 직접 대립하게 된다. 제국은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대중에게 직접 압박을 가한다. 더 이상 매개를 통한 해결이 아니라 모두가 모든 곳에서 나서야 할 때다. 다양한 분자적?국지적 투쟁들과 전지구적 연대 투쟁들을 뱀처럼 요동치게 하면서 사회적 공장, 전지구적 공장 곳곳에서 벌여나갈 때, 제국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유의 공간들을 확장해갈 수 있을 것이다.
-전남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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