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대금업자, 암표상, 매춘부, 포주, 마약밀매상...., 이른바 '공공의 적'으로 불리는
'사회악'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사라진다면 사회질서와 도덕이 반듯하게 확립되고
빈부격차도 없는 낙원이 이루어질까?
바람이 세게 부는 날, 손에 쥐고 있던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놓쳤다. 하수구를 향해 날라가는 이 지폐
한 장을 잡기 위해 뛰어가야 할까? 보통 사람들은 당연히 "그렇다"라고 할 일이지만 경제적 효율성을
따지는 경제학자들은 달리 생각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주워가든 아니면 영원히 사라지든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합리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지폐를 줍기 위해 뛰어가야 하는 노력의
가치가 500원 정도 된다고 하자. 자신이 지폐를 되찾을 경우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결과적으로
500원의 손실이 난 셈이다. 반면 내버려두면 사회 전체적으로 아무런 손실이 없다. 다른 사람이
우연히 그 돈을 줍게 되면, 그 사람이 얻은 이익과 내가 잃은 만원의 손실이 서로 상쇄된다. 또 아무도
줍지 못하면 그만큼 통화량이 줄어 물가가 하락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역시 손실은 없다.
개인의 이익과 사회 전체의 이익이 충돌하는 것이다.
뭔가 속은 듯한 느낌이 들지만, 논리적으로 따지면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경제논리는 이같이 일반의
상식과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괴짜 경제학' '경제학 콘서트' '런치타임 경제학' '벌거벗은 경제학' 등
일반인을 위해 쉽게 풀어 썼다는 경제학 관련 서적이 끊임없이 나올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는 경제논리를 터득하면 세상살이에 좀더 유리해질 것이라든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가 암묵적으로 깔려있기도 하다.
미국 올리온스 로욜라 대학 경제학과 교수의 <디펜딩 더 언디펜더블> (월터 블록 지음, 이선희 옮김
지상사 펴냄)은 유쾌한 세상 꼬집기를 통해 사회적 편견과 고정관념을 일시에 무너뜨린다.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그는 "시장은 효율적으로 소비자의 취향과 욕구를 충족시켜 이윤을 극대화하는 경쟁의
장이므로 이들 '공공의 적' 또한 비도덕적이긴 하지만 수요자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시장원리의 한 축"이라고 평가한다. 예를 들어 마약밀매상들은 마약 금지의
부작용을 완화시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평가한다. 마약 관련 범죄가 많은 것은 마약 중독 그
자체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마약금지법으로 인한 부작용이라는 것이다. 마약 유통을 불법화했기
때문에 마약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지고 그래서 마약중독자들이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악당으로 매도 당하고 법의 처벌을 받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마약 가격 인하에 도움을 주고 있는 마약상들이야말로 영웅 대접을 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소비를 강요하거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한, 시장주체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이들의 경제
활동에 규제와 통제를 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분법적 선악의 개념을 강요하기보다
'하수구 이론' 등의 효용처럼 시장에 맡기는 것이 더 낫다고 지적한다. 물론 범죄와 폭력까지
미화하고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전제는 자발적인 거래여야 한다는 것이다.
자발적인 거래는 당사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 원리다. 그러나 막상 현실
세계에서는 잘못된 이념이나 편견에 사로잡혀 온갖 규제와 제한으로 자발적인 거래를 가로 막는 일이
허다하다. 그로 인한 부조리와 모순을 고발하는 것이 이 책의 주된 골격이다. 저자의 무정부주의적
시각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나름대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포주는
예전에 매춘부를 강제로 모집하고 폭력도 마다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많이 달라져 그 자체만으로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또 채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는 채무자를
압박할 권리가 있고, 대부업자들도 채무불이행의 위험성이 큰 빈곤자에게 높은 이자를 요구하는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볼 때 '검은 비밀'을 지켜주는 댓가를 받는 공갈협박보다
사전 경고 없이 무차별적으로 행하는 험담이 훤씬 나쁘다고 그는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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