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눌의 일어나라는 몇 번의 고함소리에 잠을 깼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50분, 마눌은 정성스레 도시락을 싸고 있었다.
멀고 먼 길을 돌아 큰 녀석이 오늘 수능시험을 치는 날이다.
내 나이 설흔 셋에 낳은 아이.
성장하면서 공부건 예능 분야건 다른 아이들보다 학습 진도가 남달랐던 아이.
과학고에 합격하여 한껏 부모의 기대를 부풀게 하였던 아이.
그러나 이상하리만치 대학 운이 없었던 아이.
새벽을 깨우며 달려달려 아이의 고사장인 '흥덕고등학교' 정문에 차를 세웠다.
30분을 넘게 기다려서야 담임선생님 차로 선생님과 아이가 얼굴을 보였다.
꺼칠해진 녀석의 얼굴을 보자 어쩔 수 없이 부모됨의 안스러운 연민이 가슴을 치받았다.
교문 앞에서는 여러 고등학교 후배들이 그들마다의 피킷을 들고 무리를 지어
수험을 치르는 선배들을 격려하려 때로는 노래를, 때로는 구호를 외치며 추운
수능한파를 녹이고 있었다.
"최선을 다하거라."
젠장, 좀더 폼나는 격려의 덕담이 없었을까?
그 흔하디 흔한 '최선'이라는 단어가 튀어 나오자 나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간과 스스로의 관리에 신경쓰거라."
겨우 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알았어, 아빠."
아이가 뛰면서 교문으로 들어갔다.
녀석의 뒷모습이 안도감을 주었다.
이렇게 큰 아이의 수능이라는 오늘이 시작되었고
비정하게도 녀석은 오후 늦게서야 자신의 3년의 마감을 점수로 확인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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