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비단길-강연호

체 게바라 2006. 11. 22. 11:48

 

 

비단길


떠 밀려서라도 가야 한다면

이름만이로라도 아름다워야지 비단길

허나 지나는 마음 쓸쓸하여 영 자갈밭일 때

저기 길을 끌어가는 덤불숲 사이로

언뜻 몸 감추는 세월의 뒷모습 보인다

저렇게 언제나 몇 걸음 앞서 장난치며

어디 헛디뎌봐 유혹하는

허방이여, 온다던 사람 끝내 오지 않아서

기어이  찾아 나선 마음 성급하다 발거는 걸까

잠시 허리 굽혀  신발 끈이나 고쳐 매면

흐린 물둠벙에 고인 행색

더는 고쳐 맬 수 없는 생애가 엎드려 있다

앞서거나 뒤쳐지는 게 운명이라서

대상의 행렬은 뽀얀 먼지 속에서 유유한데

비단길, 미끄러운 아름답게 나를 넘어뜨릴 때

어디 經을 외며 지나는 수도승이라도 있어

저런 조심해야지, 일으켜주며 세상 응진

온전히 털어내는 법 가르쳐줄까

물음표처럼 휘어진 등뼈 곧추세울수록

먹장구름은 다시 우르르 몰려와 기우뚱 거린다

지나가는 저 빗발 긋는 동안이라도

내 멈춰 서지 못하는 건 영영 모래 기둥으로 변할

몇 천 년의 전설 두렵기 때문이 아니다

밀려서라도 가야 할 인연의 사슬

질기니 이름만이라도 아름다워야지 비단길

얽힌 마음 다잡고 걷다 보면

길 잘못 들었다며 앞을 가로막는 이정표조차

그렇게 정답고 눈물 나는 것을

 

               - 강연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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