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저 검은 그림자 속엔
몸통 작은 여우 한 마리 살지 싶어
바람난 여자의 음부처럼 팽팽한
물오른 암 여우 한 마리
천변만화의 둔갑술을 부리며 살지 싶어
그렇지 않고서야
저 거친 앙상한 골격으로
어찌 저리 미색의 꽃을 피울라고
갈수록 피골이 상접해지는 저 몰골
그럴수록 더 붉고 육색 좋은 꽃 피우는 저 나무,
속엔 분명 변득스런 사향여우 한 마리
色, 色 봄볕 희롱하며 살지 싶어
누구라도 단박에 홀려버리는 향기,
그 화사한 염문
천지간
난분분 난분분 꼬리무는
이 봄날
내 안에서도 분명
저 늙고 의뭉스런 복사꽃 한 그루 있어
마디마디 관절 우두둑 소리 나는 마흔에
내 몸은 점점 열에 들뜨고
가끔은 입술보다 더 붉은 손톱으로
꽃잎처럼 선명히
그대 등을 할퀴기도 하는데
박이화 -'내 안의 꽃'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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