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아무래도 저 검은 그림자 속엔

체 게바라 2006. 11. 3. 17:13

 

 

아무래도 저 검은 그림자 속엔

몸통 작은 여우 한 마리 살지 싶어

바람난 여자의 음부처럼 팽팽한

물오른 암 여우 한 마리

천변만화의 둔갑술을 부리며 살지 싶어

그렇지 않고서야

저 거친 앙상한 골격으로

어찌 저리 미색의 꽃을 피울라고

갈수록 피골이 상접해지는 저 몰골

그럴수록 더 붉고 육색 좋은 꽃 피우는 저 나무,

속엔 분명 변득스런 사향여우 한 마리

色, 色 봄볕 희롱하며 살지 싶어


누구라도 단박에 홀려버리는 향기,

그 화사한 염문

천지간

난분분 난분분 꼬리무는

이 봄날


내 안에서도 분명

저 늙고 의뭉스런 복사꽃 한 그루 있어

마디마디 관절 우두둑 소리 나는 마흔에

내 몸은 점점 열에 들뜨고

가끔은 입술보다 더 붉은 손톱으로

꽃잎처럼 선명히

그대 등을 할퀴기도 하는데


박이화 -'내 안의 꽃'전문.

'스토리1'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밥이 하늘입니다.  (0) 2006.11.05
인심  (0) 2006.11.04
박찬욱이 던지는 복수의 의미  (0) 2006.11.02
가을 밤  (0) 2006.11.01
시월의 마지막 밤에  (0) 2006.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