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한나라당을 위한 변명/김규항

체 게바라 2006. 6. 25. 15:16

 

 

<김규항> 소수자를 위한 배려, 필요 없다. 
 
 한나라당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대도시의 유력가에게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 믿을 수 없는 광기는 사실 농촌이나 지방의 작은 도시, 충분한 교육의 권리를 누리지 못한 피해자들로부터 주로 나온다.

 오직 다수(majority), 그것도 자본과 권력의 다수만을 위해 존재하는 "부르주아지의 공동 업무를 관장하는 위원회"를, 다수의 폭력에 의해 끝없이 고통받아온 소수자들이 지지하는 현상은 참으로 기이한 것이다. "4대 개혁 입법" 정도를 제외하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에 정책적 차이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정당 사이에는 결정적인 거리가 있는데, 그 거리란 다름 아닌 상식의 거리이다. 열린우리당이 상식의 테두리 안에 있다면, 한나라당은 그밖에 있다. 그래서 한나라당의 입에서는 "국가 정체성을 지키는 국가보안법"이라든가, "사학의 자율성 훼손하는 사학법" 이라든가 하는 이율배반적인 소리가 쉴새없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 - 참여정부를 "좌파"로 규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정책적 차이가 없는 한나라당 자신들 역시 "좌파"임을 선언하는 꼴이다. 국가보안법이 국가 정체성을 지킨다고 포장함은 곧 UN이나, 특히 유럽 등의 다른 국가가 모두 국가 정체성을 잃었다고 주장함에 다름없으며, 한국이 민주공화국이 아님을 선언하는 망국적 언행에 불과하다. - 그들이 이런 거짓말을 부끄럼 없이 내뱉는 이유는 민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일종의 "참주 그룹"으로 행세함으로써, 자신들과 "자본을 많이 가진 이들"의 이득을 최대화하기 위해서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런 거짓말에 "속아 준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키는 한나라당 식의 정치법을 좋아한다. 돈 없는 사람이 정치를 해선 안 된다던 (어떤 록커를 닮은) 행정가는 다음 대선의 예비 후보로서 가장 많은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한 유력 사학의 보직교수를 모두 해임시킬 정도로 영향력 있는 명예 철학박사 이씨의 무노조 경영은 그 인덕(人德)의 발로로써 찬사를 받는다.

 이는 사람들이 바보이기 때문이라기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다수, 주류(majority)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분배보다 성장이 우선"이라는 뉴라이트의 닳아빠진 구호가 아직도 유효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을 "분배에 의해 혜택을 입는 노동자(minority)"로 보기보다, "성장과 국익의 혜택을 함께 나누는 한민족(majority)"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키는 정치법에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사람도, 무조건 주류(majority)에 속하지는 못한다. 게다가 (어디에나 적용되는 만능의 법칙인) 20:80의 법칙이 얘기해주듯, "다수파"란 것은 수치가 가져다주는 착각일 가능성이 높다. 인구수로 따지자면 분명 80%의 '못 가진' 사람들이 다수이다. 그러나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류로 행세하는 이들은 20%의 '많이 가진' 자들이며, 실제 사회에선 그들이 다수파 노릇을 한다. 말놀음일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주류이며, "소수파" 노릇을 하는 셈이다. 그렇기에 소수자를 위한 배려, 그 따위 것은 필요 없다.

 

필요한 것은 사실 모두가 소수자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나도, 당신도 사실은 소수자다. 언제라도 소수자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주류라고 생각하는 많은 소수자들이 또 다른 소수자들을 박해한다. 하인즈 워드를 제외한 모든 혼혈아들, 과거로부터 여성들, 달동네의 가난한 친구들, 어떤 좌파들, 인디의 문화인들, 동성애자와 트렌스 젠더들이 "다수"와 "주류"에 의해 박해받았다. 조,중,동과 한나라당이 그들에게 폭력을 행사했으며, 자신이 주류라고 생각하는 많은 이들이 그 폭력을 지지했다.

 어쩌면 그런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나 자신이 소수자임을 잊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창은 결국 나를 향해 돌아올 것이다. 나 또한 소수자이므로. 조선일보를 보는 혼혈아, 중앙일보를 보는 여성,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동성애자...... 모두 아이러니한 존재들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건 이들 뿐이 아니다. 조,중,동을 보고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모든 이들이, 결국 자신의 배에 칼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소수자다. 언제라도 소수자가 될 수 있는 약한 존재일 뿐이다.

 

그러고 보니 - 한나라당에도 "소장파"란 게 있단다. 도대체 그 정체가 무엇일까? 소수를 핍박하는 방법을 좀 더 세련되게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소수파? 어떻게 생각해도 이상하다. "한나라당 소장파"란 단어는 "좌파 신자유주의자" 따위보다 수 만배는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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