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부음

체 게바라 2005. 11. 29. 18:45

 

한참을 거래처와 상담중에 핸펀이 울렸다.

"야. 기호 어제 아침 7시쯤에 세상떴다." 상진이였다.

멀거니 중단된 대화가 이어지기를 고대하는 상대방에게 손사레를 치고 고개를 돌렸다.

"뭐야? 씨바, 죽었다구??"

"...................................."

"...................................."

 

그래, 죽음을 받아들이자. 어차피 우리 생이라는 게 앞서거나 혹은 뒷서거나의 차이일 뿐이 아니더냐?

우리 삶의 시간이라는 것이 뭐가 그리 크게 의미있거나 가치있는 것이 아니거늘..

그래도 이 나이먹도록 순수성을 잃지 않았다거나, 우정에 대한 진정성의 깊이에서

놈을 추억할 때, 동시성을 갖게되고, 결국은 동지애를 느끼던 녀석이었건만..

편히 쉬거라.

고통때문에 몰핀에 의지해 연명한 지난 한달 여를 돌이켜 생각하면

하느님이 널 부른 것은 차라리 하느님의 방법이 널 조금더 편안하게 해 준것이리라 위안해 보자.

그러니 기호야,

잘 가거라. 언필칭 우리 생은 잠시 만났다 헤어지는 인연같은 것이 아니더냐?

그러나 널 위해 내가 해준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이 자괴심은 어떻하냐?

니가 남은 생에 해보고 싶다는 그것은 또 어쩌냐?

내 입에선 연신 씨바, 씨바 소리가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기호는 비를 뿌리며 우리 곁을 떠나갔다.

나보다도 더 고향을 질펀하게 간직한 녀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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