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가을, 살아가 것의 의미를 바람에게 묻는다.

체 게바라 2007. 10. 17. 16:40

 

한 번 무너진 신뢰는 다시 복구하기가 어렵다.

아니, 복구할 수 없다. 퇴근하는 시간, 차안에서 전화를 받았다.

친구하고 삼겹살 먹고 있다고 7시쯤 집에 온단다.

이럴 때 내 마음은 무거워진다.

내가 가장으로의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

남편을 아무렇게나 대해도 괜찮다는 의지가 그녀를 지배한다는 생각,

무시해도 좋은 남편이 되어 버렸다는 처연함에 어쩌지 못하는 마음..

아이들이 없는 넓은 집안은 적막했다. 깊어가는 가을처럼 쓸쓸했다.

TV를 켜도, CD플레이어의 음악을 크게 틀어도 한번 뚫린 가슴은

메어지지 않는다. 온통 혼자라는 생각.

7시가 넘어 불콰해진 얼굴로 집으로 들어와서는 오히려 소리를 지른다.

이것보다 더 이상 내 마음을 맞출 수 없다는 선고이자 결론을

또다시 되풀이하여 선포한다. 대꾸할 말이 없다. 그저 기가 막힐 뿐이다.

어떤 해결 기미도 없다는 절망,

아무리 부딪쳐도 무너뜨릴 수 없는 벽.

그것은 도무지 불가항력의 어쩔 수 없는 벽.


세상의 인간 사이에 말이 소통되지 않는다는 것만큼 절망은 없다.

아예 얼굴을 보지 않고 혹은 남처럼 살지 않는 한,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자기 할 말만하고, 자기 할 행동만 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동행하는 일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답답한 마음으로 집을 나와 강으로 갔다.

어떤 것이 최선인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이런 일들의 반복은 나를, 나의 마음을

끝없이 괴롭힌다. 친구 놈은 말한다. ‘부처님처럼 살라’고..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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