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란국과 보리밥을 넉넉히 먹고
따뜻한 온돌에서 잠을 넉넉히 자고,
맑은 샘물을 넉넉하게 마시고,
서가에 가득한 책을 넉넉하게 보고,
봄꽃과 가을 달빛을 넉넉하게 감상하고,
새와 솔바람 소리를 넉넉하게 듣고,
눈(雪)속에 핀 매화와 서리맞은
국화 향기를 넉넉하게 맡는다네.
한 가지 더, 이 일곱가지를 넉넉하게
즐기기에 '팔여(八餘)'라 했네."
김정국(1485-1541)
기묘사회로 쫓겨나 귀향한 동부승지
"세상에는 자네와 반대로 사는 사람도 있더군.
진수성찬을 배불리 먹고도 부족하고,
휘황한 난간에 비단병품을 치고 잠을 자면서도 부족하고,
이름난 술을 실컷 마시고도 부족하고,
울긋불긋한 그림을 실컷 보고도 부족하고,
아리따운 기생과 실컷 놀고도 부족하고,
좋은 음악 다 듣고도 부족하고,
희귀한 향을 맡고도 부족하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이 일곱가지 부족한 게 있다고
부족함을 걱정하더군."
-김정국의 말에 팔부족(八不足)으로 화답한 그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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