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나는 마이너리티다.

체 게바라 2007. 1. 30. 20:08

 

2002년의 월드컵과 이번 2006년 독일 월드컵의 열기가 온 나라를 덮었을 때

나는 그 광포한 열기에 질식당해 거의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 어느 인터넷 사이트를 접속해도

텔레비젼을 어느 채널에 맞추어도 온통 월드컵 뿐이었다. 2002년 한국이 스페인과 패널티킥

승부에서 이겨 준결승에 오르던 날 내 불안정한 정서 상태는 거의 자살 직전까지 갔었고,

아마도 브라질을 이기고 우승이라도 했다면 틀림없이 실행에 옮기고 말았을 것이라고 나는

지금도 확신하고 있다. 그런 질식 상태에서 뒤늦게나마 나를 구출해 준 것은 어느 인권단체의

'붉은 악마를 부추키지 말라'는 논평이었다. 그 글은 내게 "이 나라에도 사람이 살고 있긴 있구나"

하는 안도감을 주었다.

 

탈무드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고대 유대 사회에서의 의회 구실을 하던 '산헤드린'에서는 투표 결과

만장일치가 나오면 그것을 무효로 하고 다시 투표를 했다고 한다. '모든 역사의 시기에서 지배적인

생각이란 지배 계급의 생각일 뿐'이라는데 동의할 수 있다면, 만장일치라는 현상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평화'가 아니라 일종의 '음모'일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불평등한 사회에서

자본가와 노동자는, 남성과 여성은, 이성애자와 동성애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서로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하여 어느 정도의 이해 조정에 양해한 '컨센서스'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코 같은

의견을 가질 수는 없다. 아니 의견의 일치가 바람직한 가치로 여겨지는 한, 최소한의 '컨센서스'에

도달하지조차 못할 것이다. 자신의 고유한 이해 관계와 그로부터 비롯되는 의견을 긍극적으로

포기하는데 양해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

 

만장일치는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설령 가능하다 해도 그것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것이고,

남는 문제는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불변의 진리'가 아니라 긍극적으로 일치할 수 없는 수많은

의견 가운데서 '나는 누구의 편에 설 것인가' 뿐이다. 우선 자본주의로부터 자유로울수 없는 나는,

궁극적으로 '생계를 위해 노동력말고는 팔 것이 없는 이들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사회주의자

이다. 그것은 나의 삶의 조건이 요구하는 움직일 수 없는 지향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그러한 가치를 지향한다는 것조차 사치스러운 일일 수 있다.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확인한  최소한의

'컨센서스' 조차도 우습게 무시되는 사회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나는 대한민국의 헌법과

세계인권선언을 비롯하여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규약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으로 부인당하고

있는 이들의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자유주의자이다. 이러한 개인의 가치가 지향하는 진실은

곧장 집단의 정의에 함몰 당해버리고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는 가치가 살아 있는 사람의 삶을

압도하는 역전이 일어나기 일쑤이다. 나는 집단의 '정의'와 개인의 '진실'이 충돌할 때, 개인의

진실이 집단의 정의로 환원될 수 없는, 환원되기를 거절하는, 또는 심지어 그것을 거절당한 개인의

진실 편이다. 그러므로 나는 마이너리티다.

'스토리1'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이 올거야, 너의 날도..  (0) 2007.02.01
정직한 값싼 재판  (0) 2007.01.31
인간이고 싶은가?  (0) 2007.01.29
인간불평등기원론/장 자크 루소  (0) 2007.01.28
눈내리는 밤, 그 곳에 내가 있었다.  (0) 2007.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