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술과 장미의 나날

체 게바라 2006. 12. 18. 16:19

 

 

 


 

술과 장미의 나날


이제 장미는 문을 닫았다, 나 오솔길이 끝나는 곳에서

한숨짓는다, 축제의 폭죽은 싸늘한 먼지로 사라지고

펄럭이던 혀와 술잔은 어둠의 얼룩으로 메말라 있다

흩날리는 머리칼, 웃는 얼굴들, 마음의 은밀한

기타 통을 울려대던 햇살의 관능적인 손가락, 사랑은 늘

눈빛의 과녁 옆으로 미세하게 비껴나는

나비의 움직임 같은 것이었다, 바랜 꽃잎처럼

떠나버린 여인들의 자리, 그 여백만큼 갈라진

시간의 물살만이 빠르게 그 육체들을 추억했다, 매 순간

내 피의 알코올을 모두 장미에게 쏟아 부었고

그 붉은 빛의 동전에 취해, 나 주크박스처럼 끝없이

노래 불렀다, 맡겨둔 나의 넋마저 영영 싣고 가버린

빛의 노래들 난 희망을 입술에 꿀처럼 처발랐었다

벌떼의 날갯짓, 그 온갖 말들의 황홀한 소란이 끝내

침묵이란 무덤을 알아차릴 수 없도록, 그러나

이제 장미는 문을 닫았고, 늦은 욕망만이 내 몸에 대롱을 꽂는다

몇 사람은 깨진 술잔처럼 흩어졌고, 일부는 어둠 저편으로

빨려나갔다, 오솔길 끝에서 노래 없이 난 말한다

그 열애의 지저귐, 노래의 살결을 귀 멀도록 빛나게 한 건

정적의 힘이었음을, 하여 나 지금 장미의 닫힌 문 앞에서

담담하게 입술을 닦는다 오, 희망이여, 나의 벌레여,

오늘 나는 환멸에게 인사하련다 향기의 해골에 기대어

장미는 문을 잠그고, 내 푸른 영혼도 노래를 따라 날아갔다

               -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