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초등학교 3학년 쯤이었을 것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었다. 장날, 농약을 무슨 일인지 마시고 보건소(당시 시골에는
면소재지에 보건소가 하나 있었는데 '공의'라는 표현을 썼다)에서 응급조치의 효과도 없이
국민학교 담장 에 기대어 쓰러져 짐승우는 소리를 내며 죽어가는 타 동리의 젊은 청년을
구경꾼들 속에 끼어 구경하면서 부터인데, 그것은 단지 내가 모르는 사람의 죽음에 그치지 않았고,
나와 가까운 내 곁의 사람들에 대한 문제로 발전하였다. 그 후에도 구경거리에 불과하던 죽어가던
청년을 통해 이 죽음에 대한 문제는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나를 괴롭혀 가끔씩 자다가 가위에 눌린 사람처럼
잠에서 깨어 벌벌 떨기도 하면서, 앞으로 남은 나의 성장 과정도 단지 그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끔찍한
죽음의 암흑에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불온한 생각으로 발전하였고, 그것은 농약으로
죽은 그 청년처럼 남의 문제가 아닌 가까운 내 가족의 문제인 것을 안 것도 얼마후 나를 그렇게도 좋아하시던
외할머니의 죽음을 통해서였다.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 삶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
죽음앞에 인간은 누구나 공포와 욕망에 사로잡힌다.
계속 살고 싶은 욕망과,
그리고 계속 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표현할 수 없는 분노.
그러므로 욕망과 분노가 교차하는 죽음의 순간에 대부분의 인간들은 품위있게 죽을 수가 없다.
기대가 사라지는 것은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기대일지라도
인정할 수 없기에 항상 가슴 아프고, 괴로운 일이다.
하물며 그것이 죽음과 삶의 기로라고 할 때,
그 살고자 하는 기대의 상실에 대한 절망감은 다른 무엇보다 훨씬 더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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