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보라색의 여인, 강금실을 생각한다.

체 게바라 2006. 6. 14. 18:20

 

 

"전사(戰士)는 자기 삶을 이미 죽음 속에 던지고, 생명이 허락한 자정까지 가서

삶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싸웁니다."

열린 우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점지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의 후보 수락 연설은

그 어떤 정치 연설문에서도 볼 수 없는 단어들로 뒤덮혀 있었다.

목숨, 진정성, 생명, 삶, 순결함, 그리고 전사....

마치 부서진 판옥선 여섯 척으로 왜 수군 대함대와 해전을 치르러 떠나는 이순신의

출사표와 같아 마음이 뭉클했다. 그녀는 왜 전쟁에 나서는 장수의 심정으로 자신을

표현했을까?

동아일보 김창혁 국제부장은 박선숙 선거대책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공직 후보가 전사라니? 전사라는 말이 얼마나 실존적인 명령인지 알고 사용한 겁니까?" 

철학적으로 정확한 어법은 아니었지만, 부조리한 세상에 던져진 개인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자기산화(自己散華)의 길이라는 뜻으로 물은 말이었다.

박 본부장은 웃으며 "알고 쓴 말"이라고 했다. 박 본부장의 대답과 내 물음이 같은 문법 위에서

오간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박 본부장은 혼잣말처럼 덧붙였다.

"조막만 한 주먹으로 막 터지려는 둑의 구멍을 막고 있는 네델란드 소년....."

김 부장은 덧붙인다. 자신이 전사라는 말을 만난 것은 로버트 윌리의 글에서 였다고..,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쓴 바로 그 윌리다. 10년 뒤 속편인 '메디슨 카운티의 추억'을

낸 윌리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러브스토리를 쓰려고 한 게 아니었다. 작가이자 전사인

어떤 사내의 얘기를 쓰고 싶었다." 그 수많은 길 위에서 풍화(風化)한 '작가이자 전사'인 

로버트 킨제이드가 전 세계 35개국 독자에게 남긴 얘기는 이렇다.

"모호함으로 가득찬 세상에서 이런 확실한 느낌은 오직 단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오.

당신이 아무리 여러 생을 살더라도 말이오."  흔히 절대적 사랑을 비유한 글로 회자되지만

그는 이런 확신이 전사를 일으켜 세우는 실존의 명령이라고 해석했다. 그것이 사랑을

향한 것인지, 세상을 향한 것인지 결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김부장은 후기에서 다음과 같이 쓴다.

 

그러나 전사이자 네델란드 소년 강금실은 죽었다. 둑을 막아 마을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지도 못했다. 그래도 그의 죽음은 전사의 최후로 추앙받고 있다. 사람들은 그녀를

부활시키려고 한다. 그녀도 알듯 말듯한 노래로 예감을 부추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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