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존재의 우연성

체 게바라 2006. 3. 20. 14:25

 

 

 본질적인 것, 그것은 우연성이다. 원래 존재는 필연이 아니라는 말이다. 존재란 단순히

'거기에 있다'는 것뿐이다. 존재하는 것이 나타나서 '만나도록' 자신을 맡긴다. 그러나 그것을

결코 '연역'할 수 없다. 내가 보기에 그것을 이해할 사람들이 있다. 다만 그것은 필연적이며

자기원인이 됨직한 것을 고안해냄으로써 이 유연성을 극복하려고 해보앗던 것이다. 그런데 그 어떤

필연적 존재도 존재를 설명할 수 없다. 우연성은 가장이나 지워버릴 수 있는 외관이 아니라 절대이다.

그러므로 완전한 무상성인 것이다. 모든 것이 무상성이다. 이 공원, 이 도시, 그리고 나 자신도

무상성이다.  -구토 中에서-

 

상기의 내용은 로캉탱이 마로니에 뿌리를 보고 난 뒤 존재의 우연성을 깨달으며 내뱉는 혼자의

독백이다. 이것은 이 세계의 모든 존재가 갖는 무상성 또는 우연성이라는 개념으로 표현된다.

사르트르의 존재론에서 즉자존재와 대자존재의 공통점은 이것들의 나타남이 순전히 우연성의

질서에 속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것은 사르트르가 자신의 존재론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출발점으로

삼은 '신의 부재'라는 학문적 가정에서 기인하는 당연한 결과이다. 그는 토스토옙스키의 <카라마

조프의 형제들>에서 "만약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허용될 것이다"라는 문장을 인용하면서

신의 부재를 자신의 존재론 전체를 지탱하는 가정으로 삼고 있다. 즉, 신에 의한 창조설을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로부터 사르트르의 존재론 전체를 관통하는 두 가지 명제가 도출된다. 첫 번째 명제는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냥 거기에 있으며, 그것이 반드시 거기에

있어야 할 필연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사르트르의 생각이다.

 

여기에서 실존이 본질에 선행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인간은 우선

먼저 있어 세상에 존재하고 세상에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는 그 다음에 정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존주의가 생각하는 인간, 만약 그 인간이 정의될 수 없다면, 그것은 그 인간이 처음에는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나중에서야 비로소 무엇이 되며, 그래서 그는 스스로 창조해나가는

것이 될 것이다. 이처럼 인간성이란 처음부터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상상하는 신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다만 그가 스스로를 생각하는 그대로일 뿐만 아니라, 그가 원하는

그대로이다. 그리고 인간은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것 이외엔 아무 것도 아니다. 이것이 실존주의 제1

원리이다. 사람들은 또한 이것을 주체성이라 부른다.

 

위는 사르트르의 존재론의 두 번째 명제로서 인간에게 있어 "실존은 본질에 선행한다. 는 것이다.

인간은 신으로부터 선험적으로 부여받은 본질이 없기 때문에 다시 말해 인간은 신의 '지적 디자인'을

부정하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를 미래로 투기하면서 스스로를 창조해 나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사르트르의 존재론은 이와 같이 신의 부정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을 비롯한 이 세계의 모든

존재는 그냥 거기에 '던져져 있는'존재로 여겨진다. 그 중에서도 특히 대자존재인 인간은 평생 실존적

불안에 노출되어 있다. 즉자존재인 사물은 자기 안에 자신의 존재 근거를 담고 있다. 그러나 대자

존재는 근거를 대면하고 있을 뿐. 그 근거를 자기 것으로 삼기 위해서 대자존재는 즉자의 방식으로 

존재하면서 동시에 즉자의 방식으로 존재할 수 없다. 이것은 다음ㄴ과 같은 두 가지 사실을 의미한다.

첫째, 인간은 죽는 순간까지 존재 근거를 추구함으로써 이유를 알 수 없는 자신의 존재를 정당화

시켜야만 한다는 것이다. 둘째, 대자와 즉자의 결합상태는, 비록 이 상태가 논리적으로 모순되기는

하지만. 인간이 끝까지 추구해야 하는 이상적 상태라는 것이다. 사르트르는 이와 같은 대자와 즉자의 

결합 상태, 즉 대자-즉자의 상태를 신의 존재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신이고자 하는 욕구'인 것이다. 하지만 사르트르의 존재론에서 이 욕구는 인간이 살아있는 한, 즉

그가 대자의 방식으로 존재하는 한, 절대로 충족될 수 없다. 그러한 의미에서 사르트르는 인간을

'무용한 정열'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의미에서 사르트르는 한 인간의 역사는, 그가 누구이든

간에 '실패의 역사'라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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