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그 깊은 인문적 공간의 의미에 대하여(2)
한옥은 외양과 안, 모두가 고급스럽기 보다는 곡진해서 더 마음이 끌리는 곳이다. 그 이유는 그곳에 살아갈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짓는 건축이 지니는 깊은 인문적 진정성에 있다고 나는 믿는다. 옛 대목장들은 한옥 건축의 의뢰를 받으면 그 지방의 산을 다니며 치목을 위한 목재를 구하는데 한옥의 남쪽에 사용할 목재는 남쪽에서 자라는 나무를, 북방에 조립할 나무는 북쪽에서 자라는 나무를 구하기 위해 산을 누볐다. 이렇게 해야 나이테 방향이 같아 목재를 깎아 조립해도 비틀림이 없이 자리를 잡는다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나이테가 다른 나무를 껴맞춤하면 필경 재목이 틀어지고 벌어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았다. 해서 나이테를 이해하지 못하는 목수는 대목장이라 부르지 않고 초짜 목수가 짓는다 하여 '헛간 목수'라고 치부했다. 새 한옥에 입주하면 서너달, 많으면 1년여를 밤마다 제자리를 찾아가려는 목재들의 신음 소리가 들릴 것이다. 대목장들은 목재들의 몸부림을 두고 임산부의 산통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옥은 빛과 바람의 흐름이 서양식 건축처럼 막히거나 부딛히지 않고 흐르고 스며든다. 공간이 열려 드나들 수 있는 곳으로 소리없이 스며들고 드나드는 바람과 빛들의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저 아름다운 소통의 미학을 생각해보라. 볕이 몰려든 안방 문을 열고 누마루로 나가면 앞마당과 저멀리 산과 들이 한꺼번에 달려든다. 그것은 마치 누구에게 인정받기 위해 홀로 우뚝한 서양 건축과는 달리 어떻게 하면 주변의 자연과 어울릴까를 고민하는 인간적인 충일성에서 나오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이 주도하는 세상과 사람들에 의해 절망하고 변함이 없는 것으로부터 위로받는다. 구정 연휴 마지막날, 볕이 넉넉하게 비추는 오창 미래지 한옥마을에 들렸다가 단지 도로를 산책하며 고즈녁한 적막도 이렇게 상쾌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지난 12월에 시공을 끝내고 겨울에 모두 입주한 10채의 이 마을에 금년 상반기에 5채, 하반기에 5채의 각기 다른 구조의 한옥이 추가로 들어선다. 그리고 금년말, 20채의 각기 다른 한옥들이 옹기종기한 아름다운 한옥마을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