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완연한 날, 아내와 하늘재를 걷다 마른 개울가 나무 줄기들이 뿌리로부터 빨아들인 수분이 가지에까지 미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겨울이 오기 전, 지난 가을 우리 마음을 그토록 훔치던 아름답던 오색의 단풍이 실은 나무와 식물들의 방어 기제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된 것은.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나무들과 식물들은 뿌리에서 빨아 올린 수분의 양보다 빠져나가는 양이 더 많아지는 것을 알고 본능적인 방어기제에 의해 수분이 자기 몸에서 빠져나가는 통로인 잎을 낙엽을 만들어 자기 몸에서 떨쿠어 냄으로써 물이 자기 몸에서 빠져나가지 않게 한다. 그리고 물의 공급이 끊겨버린 낙엽들은 모두 자기만의 색으로 자신의 삶의 마지막을 표현하는 것이며. 그리고 수분의 공급이 끊긴 낙엽의 나무가지들은 수분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꽁꽁 매듭을 맺는 것이다. 이렇게 나무를 포함한 식물들이 낙엽을 만드는 것은 자신의 일부분을 희생하여 전체를 보존하려는 처절하고도 적극적인 자기보존 방법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뿌리는 본능적으로 안다. 땅밑의 얼었던 대지가 풀려 주위가 촉촉해지는 것을, 이제는 주위의 물을 흡수하여 줄기로 올려보내야 할 시간이라는 것을. 드디어 절기가 봄에 이르르자 나무들은 동물처럼 겨울 잠에서 깨어나 꽁꽁 싸맨 매듭을 풀고 뿌리로부터 빨아올린 수분을 가지 끝까지 공급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저 삭풍의 겨울을 홀로 고군분투한 그들의 고역에 대지가 바치는 성원이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향연으로 시작 될 터이다. 봄은 겨울나기에 눈물겨웠던 모든 생물들의 희원이 풀리는 계절이다. 그러므로 봄은 닫혔던 모든 매듭이 풀어지는 해우의 시절이다. 모든 닫혔던 것들이 풀리듯 우리네 절망의 나날도 그저 봄만 같기를..,
'스토리1'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년 3월20일 Facebook 이야기 (0) | 2015.03.20 |
---|---|
매화 (0) | 2015.03.18 |
2015년 3월17일 Facebook 첫 번째 이야기 (0) | 2015.03.17 |
2015년 3월16일 Facebook 이야기 (0) | 2015.03.16 |
2015년 3월12일 Facebook 두 번째 이야기 (0) | 2015.0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