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낙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다치게 한다. 그들은 미련 없이 돌아서기 때문에 구차하지도 요사스럽지도 않을 뿐더러 아쉬움이란 더욱이나 있을 리 없다. 마치 묵언수행의 안거를 끝내고 언제 그랬는듯 툭툭털고 만행을 떠나는 수행자의 뒷모습이지 않은가?
누군들 왜 이별이 전하는 감상이 없겠는가. 헤어짐이란 늘 등 뒤를 허전하게 만들고 때로는 두고 왔던 마음에 눈물을 돌게도 할 것이다. 그러나 제 철의 꽃들처럼 자기 생애에 여운을 남기지 않고 제 때 물러날 수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집착없이 쾌적한 떠남의 미학이던지.
아침 기온이 10도에서 시작해서 한낮에는 25도까지 올라가는 구정의 대만 날씨는 초여름 같아서 봄의 꽃들이 지천으로 피었다가 속절없이 떠나가고 있었다. 허공으로 흩뿌려지는 봄꽃들을 보면서 슬퍼하는 수밖에 아무 소용이 없는 슬픔이야말로 가장 순수하고 값진 것은 아닌지를 나는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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