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라 돌체 비타(La Dolce Vita)!

체 게바라 2014. 3. 19. 01:05

 

 

라 돌체 비타(La Dolce Vita)!


달콤한 인생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다. 일요일의 만찬을 위한 그릇이 따로 있을 정도로 이탈리아 사람들은 남녀 할 것 없이 요리를 즐긴다. 식사시간도 넉넉잡아 한 시간이 훌쩍 넘고, 아침의 커피부터 오후의 디저트까지 이탈리아 사람에게 음식은 일상의 재미이며,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방법인 동시에 연인과의 사랑, 가족의 행복을 지속하는 비결이다. 아무리 성공한 인생이라도 맛있는 요리를 즐길 여유가 없는 인생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좋은 인생이 아니라고 이들은 말한다.

 

냉장고의 가정 보급율이 선진국 중 프랑스가 가장 낮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프랑스인들이 인스턴트 식품을 선호하지 않고 풍부한 농산물을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소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에 덧붙여 음식을 직접 만들고 함께하는 식사시간이 가족, 지인간에 음식을 먹는다는 의미를 넘어 대화를 먹는다는 여유로운 대화의 장으로 인식하는 바, 이는 음식에 대해 빠름과 편의라는 소비에 대한 강박이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그저 빨리빨리만 찾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한다. 따라서 음식을 대하는 태도와 인식만으로도 어떠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가에 대한 질문으로서 설득력을 갖는다고 하겠다.

 

지난 1월 초순 영월 법흥사와 장릉 등을 여행 후 주천면의 고기집에서 도락가의 추천을 받은 1등급 A++ 업진살 첫 조각을 입에 넣자 터지던 육즙과 동시에 후각을 가득 메우던 고소한 고기향에 나도 모르게 아~행복하다는 탄식을 연발했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달콤한 인생'이라는 찬사에 버금갈 영월 주천의 명품 한우, 업진살에 영광있으라!

 

맛에 대해 조금 까닭스러운 내 입성은 설령 타자의 강추가 있다한들 일단 내가 경험하지 않은 이상 의심부터 한다는 것이 우선이구요, 맛은 본질적인 것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특별하지 않은 이상 향신료가 그 주재료의 맛을 내쫓지 말아야 하기에 소위 퓨전이라는 정체불명의 맛에는 필연 인상을 찌푸리는 편이다. 해서 고기도(주물럭이니 양념 불고기니) 양념이 들어가는 것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그러니 구이의 장 역시 천연소금이 적격이다. 고기 본연의 맛을 해하는 쌈이나, 야채장, 된장, 고추장, 기름장은 질색하는 편으로. 고기의 질과 더불어 구이용 불은 숯이 제격이지만 음식점 대부분에서 사용하는 숯이(그 내용을 알고 기함했습니다.) 중국산임을 안 다음부터는 특별히 숯의 재료에도 관심을 갖는다. 그날 음식점의 숯은 태백의 갈참나무 숯이었다. 더불어 주인장이 특별히 피아노 강선으로 제작한 그릴이었으니 금상첨화였다.

먼저 나는 맛을 창조하는 자가 아니라 맛을 평가하는 미식가의 입장이라는 점을 전제한다. 그날의 업진살은 푸주간 9년 경력의 장사꾼 같지 않은 주인장의 진실한 외모와 말투에 가언없이 그의 추천에 따르기로 했다. 그가 추천한 것은 치마살, 부채살, 그리고 문제의 업진살이었다. 결정권이 있는 나는(계산하는 자니까) 고기의 외양을 살핀 후 업진살 600그램정도와 부채살 300그램을 구매했다. 더해 그로부터 구이집의 정보를 확인한 바, 상기의 갈참나무 숯불과 피아노선 그릴로 굽는 집을 추천받았고, 이는 그야말로 환상의 궁합이었음을 추언한다. 업진살 첫 구이가 내 이빨 사이에서 씹히던 그 순간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아~ 행복하다!' 잠시 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후 2번을 더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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