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2013년 10월29일 Facebook 이야기

체 게바라 2013. 10. 29. 21:04
  • 문득, 매섭게 찬바람이 몰아치던 어린 시절의 겨울날, 집으로 밥을 구걸하러 온 거지에게 따뜻한 밥 한 바가지를 퍼주시던 어머니가 기억이 났습니다. 거지는 추위에 비해 턱없이 얇은 상의를 걸치고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습니다. 헌데 어머님은 밥을 얻어 돌아가던 추위에 벌벌 떠는 거지를 잠시 기다리게 하시더니 장롱 속 어디에선가 여러 번 기워서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이 낡은 얇은 군용 담요를 가져 오셔서 거지의 몸을 재시더니 가위로 이등분하여 두 벌의 그럴듯한 상의를 뚝딱 만들어 입히는 것이었습니다. 거지는 만족했는지 누런 이빨을 내보이며 아주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이며 연신 고맙다며 인사를 하며 돌아갔지요. 고개를 돌리며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머리를 숙이던 그가 내보이던 웃음은 결코 비굴하지 않아서 어머님이나 저나 함께 마음이 따뜻해지던 옛날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돌아서는 거지는 누군가로부터 추위를 이기라는 마음의 징표를 얻었으니 오래 따뜻해졌을 것입니다. 바로 누군가를 따뜻하게 해주려는 어머님의 마음을 알았던 나도 그 징표의 무게로 육십을 눈앞에 둔 지금까지 오랫동안 따뜻한 바로 그 기억 말입니다.

    벗님들,
    바람이 차가워졌습니다. 온통 따뜻한 것들이 생각나는 시절입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그 옛날 그 거지 아저씨가 생각나고, 동시에 나를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서 자신들은 찬바람에 떨어야 하는 누군가를 기억해야 하는 시절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