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나무들은 제 가진 것 모두 버리고 앙상한 가지만으로 바람과 추운 겨울을 이겼다. 그러니 제 운명의 자리에 우뚝서서 겨울을 나는 나무들은 얼마나 부러움의 대상이었던가? 나는 그런 자연을 해독하거나 내 자아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못했고 편입을 거부당해 외로워진 나는 그 바깥쪽을 서성거릴 뿐이었다. 찬 겨울이 지나자 눈과 얼음이 녹아 흐르는 개울물은 부산했다. 그들은 쉼 없이 재잘거리며 흐르고 흘러 역사의 바다에 닿을 것이다. 저렇게 강물은 떼를 지어 흘러가고 데려가지만 흐르고 사라지는 것들을 넋 놓고 바라보고만 있는 나의 실존은 대체로 그들과는 겉돌고 무관한 대상이거나 차라리 철저히 소외된 존재일 뿐이었다. 겨울이 풀리는 강가에 앉아 결기에 찼던 내 의지가 소멸되어버린 생이 어찌 이보다 더 슬프고 연민스러울 수 있느냐고 나는 묻는다. 그러나 나는 이 질문에 결코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봄에는 엉키고 성킨 내 인문의 사유도 저 얼었던 얼음처럼 해우되어야 마땅하지 않겠느냐고 나는 중얼거린다. 그런 봄이 도둑처럼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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