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올 여름의 인생공부/최승자

체 게바라 2010. 9. 3. 11:27

 

 

올 여름의 인생 공부

 

                                      최승자

 

모두가 바캉스를 떠난 파리에서

나는 묘비처럼 외로웠다.

고양이 한 마리가 발이 푹푹 빠지는 나의

습한 낮잠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사라졌다.

시간이 똑똑 수돗물 새는 소리로

내 잠 속에 떨어져내렸다.

그러고서 흘러가지 않았다.

 

엘튼 죤은 자신의 예술성이 한물갔음을 입증했고

돈 맥글린은 아예 뽕짝으로 나섰다.

송*식은 더욱 원숙해졌지만

자칫하면 서**처럼 될지도 몰랐고

그건 이제 썩을 일밖에 남지 않은 무르익은 참외라는 뜻일지도 몰랐다.

 

그러므로, 썩지 않으려면

다르게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다르게 사랑하는 법

감추는 법 건너뛰는 법 부정하는 법.

그러면서 모든 사물의 배후를

손가락으로 후벼 팔 것

절대로 달관하지 말 것

절대로 도통하지 말 것

언제나 아이처럼 울 것

아이처럼 배고파 울 것

그리고 가능한 한 아이처럼 웃을 것

한 아이와 재미있게 노는 다른 한 아이처럼 웃을 것.

 

( 최승자의  『이 시대의 사랑』 1981년)

 

'스토리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떤 새벽  (0) 2010.09.05
가난도 모르고 연민도 모르고..  (0) 2010.09.04
신화학자겸 번역가 이윤기 선생의 노무현론  (0) 2010.09.02
正義  (0) 2010.09.01
만들어진 신  (0) 2010.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