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서곡
가을의 첫 노래를 듣는다
문풍지 우는 소리에
한 겹씩 옷을 치장하는 창문 밖으로
새벽바람이 서성댄다
동동한 여름 이겨낸 손끝마다
물들여진 봉숭아 꽃물,
누구에게 보이고 싶어 밤을 새운 그리움이
금빛 햇살에 반짝인다
나는 무엇으로 이 가을을 대답할까?
담벼락에 등을 대면 서늘한 기운이 일어서고,
귀향의 길에서 차진 열매하나 없이
허망한 가을을 맞아야 하는지를,
얻는 것과 버리는 것 모두
풍요하여 탐이 나는 세월,
한 움큼 푸른 구름 잡아 툭툭 헹궈내면,
가을꽃 향기는 한 줄 이별의 시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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