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없으면 인생은 황폐하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중·노년층에게도 꿈이 있다.
죽는 순간까지도 꿈을 품고 있어야 부푼 가슴으로 여생을 윤택하게 보낼 수 있다.
꿈처럼 봄이 다가오고 있다. 남도엔 이미 봄은 왔고, 내 주변의 생명있는 모든 것에도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봄이 오는 광경은 아린 듯 쓸쓸하고 한편으로는 권태롭가도 하다.
그러나 아무리 겨울이 봄을 시샘을 해도 ,차거운 바람이 물어도, 춘설이 내려도, 겨울을 이긴
나무마다 움터오는 새순의 가지에서는 봄은 오고 있었다. 그러나 해마다 봄은 지나갔고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태어날 것이다. 봄이 비릿하게 다가오고 있다. 봄의 냄새는 얕게 잠자고 있던
내 유년의 추억을 일깨우며 다가왔다.
추운 아침을 밀어내는 따스한 볕이 창가로 쏟아져 들어오면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스프링’이 듣고 싶어진다. 베토벤 자신은 정작 이 곡에 부제를 붙이지 않았으나 사람들은
이 곡의 따스하고 화사한 이미지에 착안해 ‘스피링’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베토벤에게
물어보진 않았으나 곡을 듣다보면 참으로 아름다운 봄날이 떠오른다. 이 곡을 작곡한
사람은 꿈에 젖은 채로 따스한 봄날을 상상하고 있었을 거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3악장
스케르초 짧은 악장의 리듬은 생동하는 봄과 참으로 닮아 있다. 빌헬름 켐프의 피아노와
예후디 메뉴힌의 연주로 스프링 소나타를 들어볼 것이다.
내게도 이렇게 봄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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