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노마드-리좀

체 게바라 2006. 8. 28. 09:39

 

 

노마드-<리좀> 내재성, 혹은 외부의 사유

 

1. 책에 관하여

 리좀이란?
-뿌리줄기 즉, 중심뿌리 없이 줄기와 뿌리가 같이 이어져 나가는 식물류.
-모든 합리주의적 전통을 전복시키는 개념.

 

 (1)책이란 무엇인가
 -이 책의 각각의 장은 일종의 고원(정상이 없는, 하지만 평지와는 구별되는 높이와 강밀도를 갖는)이고, 이 책 전체는 그런 고원들이 이리저리 이어지면서 연결되는, 하지만 어떤 하나의 결론으로 모든 논지와 문장을 끌고 가지는 않는 고원들의 ‘모호한 집합’이라 할 수 있다.
-책은 대상도 주체도 갖지 않는다.
ex)푸코의 <감시와 처벌>, 맑스의 <자본> 등
-책은 무엇인가? “책은 하나의 배치다.”, “책은 하나의 다양체”
ex)소쉬르의 <일반 언어학 강의>

 

 (2)책과 외부
-책을 통해 읽게 되는 모든 텍스트는 책이 그 외부와 만나서 만들어지는 주름이다.
-어떤 책도 그 외부의 산물이며, 책의 내부란 그것의 외부와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내부와 외부를 명확하게 가르는 건 불가능하다.
 ex)스피노자의 <에티카>, 스미스의 <국부론>, 신채호의 책들 등
-책은 이미 완성된 작품이라 할지라도 어떤 외부와 만나느냐에 따라 다른 내용의 책이 되고 다른 효과를 발휘하며 다른 의미를 갖는다. 즉, 책의 외부성이란 책도 그 외부에 따라 다른 책-기계가 된다는 뜻이다.

 

 (3)책의 유형들
 -수목형 혹은 뿌리형 모델: 중간가지나 중간뿌리를 거쳐 하나의 중심, 하나의 일자(一者)로 모든 것을 귀속시키는 모델이다. 결론으로 귀착되면 그것을 통해 하나의 전체성을 획득하는 장(章)들의 유기적 체계로 구성되는 책이다.

-뿌리줄기 혹은 리좀형 모델(곁뿌리 내지 총생뿌리): 어떤 일자적인 중심 없이, 가지 내지 줄기들이 서로 만나고 흩어지는 방식으로 접속되고 분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책은 결론은 있지만, 그것은 각각의 장들을 통합하는 중심이 아니라, 각각의 고원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개념들의 집합일 뿐이다.

 

2. 리좀의 몇 가지 특징들

 

  (1)접속의 원리: 접속은 두 항이 등가적으로 만나서 제3의 것, 새로운 무언가를 생성한다.  줄기들의 모든 점이 열려 있어서 다른 줄기가 접속될 수 있는 것, 하지만 접속한 줄기들이 어느 한 점으로 귀결되지 않으며, 배타적 이항성도 작동시키지 않는 것; “리좀은 어떤 다른 점과도 접속될 수 있고 접속되어야 한다.”

 

 (2)이질성의 원리: 리좀은 이질적은 모든 것에 대해 새로운 접속 가능성을 허용한다. 접속은 어떠한 동질성도 전제하지 않으며, 다양한 종류의 이질성이 결합하여 새로운 것, 새로운 이질성을 창출한다.

 

  (3)다양성의 원리: 리좀적 다양성은 어떤 하나의 척도, 하나의 원리로 환원되지 않는 이질적인 것의 집합이고, 따라서 하나가 추가되는 것이 전체의 의미를 크게 다르게 만드는 그런 다양성이다. 배치라는 개념이 리좀적 다양체를 함축한다.

 리좀은 접속하는 선의 수가 늘어나면 그에 따라 차원수가 증가하는 만큼 그 다양성 내지 복잡성이 증가하는 일종의 프랙탈한 다양체다.

 

 (4)비 의미적 단절의 원리: 단절은 어떤 주어진 선과 연을 끊는 것이고, 그 선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그 선 안에서 만들어지는 의미화의 계열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진화론적 도식들은 이질적인 것 안에서 직접적으로 작동하며, 이미 분화된 선에서 다른 선으로 비약하는 리좀적 모델을 따를 것이다.

 

 (5)지도 그리기와 전사術: 현실에 따라 지도를 그리지만, 그려지는 지도에 따라 변형되는 현실

 

3. 수목적 사유와 리좀적 사유

 

  (1)수목적 체계와 위계적 체계
 -가장 중요한 차이는 다양하게 분기하는 선들이 하나의 중심으로 귀착되는가 아닌가 이다. “수목적인 체계는 위계적인 체계로서, 의미화와 주체화의 중심을 포함하며, 조직된 기억과 같은 중심적 자동장치를 갖고 있다.” 이처럼 위계적인 체계에서 하나의 개체는 오직 사위 이웃을 가질 뿐이다.
-독재자의 정리: n명이 발포하게 하는 데 오직 한 명의 장군이 필요한 그런 관계, 그것이 중심화된 수목적 체계의 특징이다.
-n명의 사람들 가운데 독재자를 제거하는 것, 이를 n-1이라고 표시하는데, 이것이 수목적  체계와 대비되는 리좀적 체계를 정의하는 명제이다. 이런 점에서 리좀이란 비-체계가 아니라 비 중심화된 체계라고 할 수 있다.

 

 (2)초월성과 내재성
-“초월성은 유럽에 고유한 질병이다.” 모든 것을 ‘근거’나 ‘원인’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는 사유, 그리하여 그것을 첫 번째 원인이나 원리로 삼아 모든 것을 설명하는 사유가 그것이다. 보편적인 제1원리를 찾아내고, 그것을 통해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이런 식의 사유를 ‘형이상학’이라고 한다.
-반면 연기적인 관계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는 생각이나, 어떤 것이 무엇과 관계하는가에 따라 본질이 달라지고 관계의 질이 달라진다는 생각은, 오직 상호간의 내재적인 관계에 의해 모든 것을 포착한다는 점에서 내재적인 사유라고 할 수 있다.

 

 (3)리좀 속의 수목, 수목 속의 리좀
-“리좀 안에는 수목적인 마디들이 있으며, 뿌리 안에는 리좀적인 압력이 있다.” 즉 리좀 역시 수목적인 가지들이 뻗어나갈 마디들을 갖고 있으며, 그것을 통해 수목적인 체계로 변형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리좀은 출발점이나 끝이 아니다. 그것은 언제나 중간에 있으며, 사물들 사이에 있는 간 존재요. 간주곡이다.”
 -“사물을 위에서 아래로, 혹은 그 반대로, 또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혹은 그 반대로 지각하지 않고 그 중간을 통해 지각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해 보라, 그러면 당신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