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과 관련된 업을 하면서 우리 민족만의 독특하고 창의성을 깨달은 사실이 여럿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온돌방, 또는 구들방입니다. 저는 체지방이 많이 부족하여 겨울나기가 여간 고된 일이 아닙니다. 보온메리는 기본이고(삼월 말까지 착용하지요.) 상의의 경우 심하면 5겹의 옷을 껴입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이면 저절로 절절 끓는 구들방에서 온 몸을 지지고 싶다는 욕구가 밀려옵니다. 역사적으로 인류의 난방은 공간을 데우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공간을 데우기 위해서는 집, 혹은 방안에서 직접 불을 지펴야 했는데 문제는 연기를 밖으로 빼내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문을 열면 방안의 열기가 함께 빠져 나가므로 집 중간 천장에 구멍을 뚫어 보기도 했지만 연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차선책이 벽난로였습니다. 그런데 벽난로는 연기 문제는 해결했지만 연기가 빠져나가면서 함께 빠져나가는 열손실을 어쩌지 못했습니다. 이런 건축의 난방 문제는 18세기 산업 혁명이 되어서야 겨우 해결되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 민족은 기원전인 청동기 시대인 고조선 시대에 처음에는 돌을 뜨겁게 데워 집안의 난방을 하다가 연기를 빼내기 위해 화덕으로 연결되는 터널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터널이 바로 고래입니다. 연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래를 만들었는데 사용하다 보니 이 고래가 불을 때면 데워져 따뜻해지고 오래 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차츰 개량된 방법을 만들다 이 고래 수를 늘려 고래위에 구들장을 놓아 틈새는 황토를 개어 막아 구들방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삼국시대에는 삼국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 구들장이 보급되기 시작합니다. 이를테면 세계 최초인 난방의 혁명이 일어난 셈이지요. 이 구들장 난방 방식은 그 광범위함에서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이 가진 독특한 난방문화 양식입니다. 말하자면 집 안을 통째로 난로로 만들어 놓은 구들장 문화는 서구식 아파트에 살고 있는 현대에도 공간이 아닌 바닥을 데우는 난방으로 발전되었고, 지금은 다른 나라에도 보급되고 있습니다. 서구인들이 개나 고양이를 유난히 좋아하는 정서에는 벽난로가 식으면 바로 추워지니까 개나 고양이를 끌어안고 잠들었던 그들 조상의 풍습이 계승된 것이고 민간에서는 가축과 함께 잠을 잤다는 기록이 역사서에 많이 나옵니다. 많은 나라에서 13세기, 때로는 산업혁명까지도 짐승과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살았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러나 구들장 난방을 발명한 우리 민족은 동물과 함께 사는 방법을 일찌감치 버릴 수 있었고,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위생적인 집에서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전 한옥 방들은 작았습니다. 크면 난방을 위한 연료가 많이 들고 난방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요 며칠 감기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오늘 아내와 찜질방에서 4시간이나 몸을 지지고 상쾌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몸이 으스스 할 때면 생각나는 따뜻한 어릴 적 고향집의 구들장이 절절 끓는 온돌방을 여전히 내 몸은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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