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을 만드는 일, 그것이 스토리텔링이다.
등단한지 얼마 되지 않은 후배 시인과 우연히 스토리 텔링에 대해 담소를 나누었다. 그가 주장하는 스토리텔링의 힘은 공감이라는 것에 동의했다. 공감되지않는 스토리는 억지라는 것. 나는 사람들에게 공감되는 사연을 만드는 것이 스토리텔링이라고 대꾸했다. 그도 동의했다.
가령 봄비가 내리는 길을 두 여학생이 걸어가고 있다. 한 아이는 예쁜 우산을 쓰고, 다른 아이는 우산없이 비를 흠뻑 맞고 간다. 가령 당신이라면 누구에게 말을 걸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산없이 비를 맞고 걸어가는 여학생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아이가 우산을 쓰지 않고 비를 맞고 가는 이유를 알고 싶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산을 버리면 사연을 얻는다. 어른들은 하나같이 비오는 날, 우산 없이 길을 나서는 일을 두려워하고 잠깐의 소나기에도 우왕좌왕하며 비맞는 일을 극도로 기피하고 짜증낸다. 그러나 우리들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라.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우리는 얼마나 즐거웠던가.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우산없이 비를 맞고 걷지 않았던가.
이처럼 어른들의 세계란 기껏 비 한번 맞는 일도 짜증스러운데 그 이상의 파격과 일탈을 어찌 기대할 것인가? 사연을 만들지 않는, 만들어지지 않는 세계, 공감력이 얉은 세계. 이것이 어른들의 세계다. 한 마디로 재미없는 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