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당신들의 천국

체 게바라 2014. 11. 10. 00:28

 

 

레베카 솔낫의 '이 폐허를 응시하라'를 읽다가 그예 덮어버리고, '이 시대의 잠재적 낙원의 문은 지옥 속에 있다'는 문장 하나를 건지고 배를 탔다. 햇볕은 따스했으나 건조했다. 가을산의 나무들은 죽기를 작정한 사람처럼 가장 절정에서의 이생과의 작별을 위해 모든 곡기를 이미 끊어버리고 자신들의 내부의 모든 수분을 모두 다 뱉어버린 모양이었다. 온통 버석버석, 바스락바스락, 서걱서걱...,

 

 

 

 

 

 

 

 

 

 

 

 

 

 

 

그랬다. 집에서 나오면서 건저올린 솔낫의 마지막 문장, '이 시대의 잠재적 낙원의 문은 지옥 속에 있다'가 데자뷰된 것은. 타버려 더 바스락 거릴 힘도 없는 낙엽들의 마지막 향연이 단풍으로 우리의 숨을 멋게 한다는 것에 미친 것은.

 

 

 

 

 

 

 

 

 

 

 

 

 

 

 

 

 

 

 

 

 

 

 

 

 

 

 

 

 

 

 

 

 

 

그런 것일까? 시간 도둑들이 내 시간을 다 훔쳐가 버린 것처럼 돌이킬 수 없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해도 서걱대고 푸석거리는 내 삶에도 황홀한 노을이 진다. 간 것은 오는 것. 잃은 것은 또 새로운 것. 그럴지니 부디 이것을 폐허라 부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