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2013년 11월25일 Facebook 이야기

체 게바라 2013. 11. 25. 23:26
  • 찬바람을 이기지 못할 입성으로 지난 금요일 늦은 오후 출고를 독려하다 목이 가라안더니 그예 목감기부터 시작한다. 목이 감기고 콧물이 끊이질 않고 아예 입맛이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병원을 다녀오라는 마눌의 성화를 못들은체 버티는데 감기에 대해서는 다 내 나름대로의 경험에서 우러난 현명한 대처가 있기 때문이었다. 어렸을 때 아버님은 감기란 누구도 고치지 못하는 병이니 앓을 만큼 앓아야 낫는 병으로써 그저 왔다가 순탄하게 빨리 나갈때까지 따뜻하게 몸의 안정을 취하는 것이 유일한 처방이라고 누누히 하신 말씀을 나는 착실하게 실천하고 있었다. 헌데 이놈의 감기가 일요일을 지나자 더 심해지는 것이다. 오늘 간신히 출근해서 거의 녹초가 될 정도로 콧물과 기침으로 보내다가 오후 일찍 퇴근하여 병원과 귀가의 선택에 고민하다 집으로 돌아와 방을 뜨겁게 지피고 침대속에 드러누웠다가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고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이 음악소리가 욕실까지 들리지 않을 것을 알면서 욕실의 문을 닫고 뜨거운 물속으로 들어갔다. 일종의 습관이고 더러는 외로움이다.

    5층 정교수 형의 인터폰과 전화의 저녁 외식 의뢰를 사양하다 우럭매운탕이라는 말에 솔깃 따라 나섰다. 황포돗대의 우럭탕은 우선 재료가 신선하다는 것에 신뢰가 간다. 지난 토요일 이른 아침 형 내외와 마눌도 함께 했던 속리산 산악회 산행에서 감기를 달고온 형수가 3일치 감기약을 지어왔다며 하루치의 약을 건네준다. 매운탕의 맛도 모르고 땀을 흘리며 그저 매운 맛의 국물만 잔뜩 들이키고 형수가 건넨 감기약을 먹고 귀가해서 펼쳐든 여행생활자 유성용의 글이 기억에 남는다.

    그대는 살아가고 싶어서 눈이 눈물처럼 빛나던 사람이다. 긴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대 부디 안녕하라. 미칠 것 같으나 사랑은 결코 치명적이지 않으니, 다만 어느 순간에도 부디 그대가 그대이기를 포기하지 마라. 나는 이 물결위에 너를 띄워 보내고 다시는 돌아보지 않으리. 아니 그런 체하며 살아가리. 멀리 돌아도 너의 무덤은 다시 나일 것이지만, 나는 감히 그 끝을 말하지도, 떠올리지도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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