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각기동대원 전뇌통신’ 공상일 뿐인가 -뇌과학 최근연구
[4] 텔레파시? 뇌-뇌 인터페이스
‘텔레파시’라고도 할 수 있는 능력은 오랫동안 공상과학영화의 단골메뉴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상상 속의 일이 최신 뇌과학기술을 이용해 현실적인 미래 모습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 그림 1. 쥐들 간에 감각과 행동을 전달할 수 있는 뇌-뇌 인터페이스. 미국 듀크대학의 니코렐리스 연구팀은 쥐 뇌에 심어진 전극을 이용하여 서로 다른 쥐의 뇌 사이에 감각신호 및 운동신호를 무선으로 공유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출처/ Nicoleilis Laboratory 홈페이지
“생각도 일종의 언어이다.”
- 비트겐슈타인
“고요한 밤거리. 은밀하게 용의자를 추적하는 긴박한 순간. 곳곳에 잠복해 있는 대원들에게 이동할 위치를 빨리 알려주기 위해 소리를 치고 싶지만 위치가 파악될 수 있기 때문에 소리를 내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공안9과의 리더인 쿠사나기 모토코는 ‘전뇌통신’ 회선을 연결해 동료들에게 마음속으로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이동위치를 전달했다. 쿠사나기의 생각을 머릿속으로 전달받은 대원들은 아무도 모르게 신속하게 이동한다.”
» 그림 2. 공각기동대 대원들은 은밀한 작전 수행 중에 소리 내어 말할 필요 없이 텔레파시로 서로 이야기할 수 있다. 출처/ 공각기동대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세계에서는 다른 사람과 원거리 통신을 하기 위해 굳이 전화기를 꺼내 들고 이야기하거나 은밀한 작전 수행 중에 수신호를 통해 의사전달을 할 필요가 없다. 공각기동대의 모든 대원들의 뇌는 ‘전뇌통신’이라는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대원 간에 의사소통을 하고 싶으면 단순히 전달할 대상만을 머리 속에 떠올리고서 생각을 전달하면 된다.
그러면 허공에서 메시지가 들려오는 것과 같이 상대방이 전달하고자 하는 말이 다른 대원에게 전달된다. 단지 목소리만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본 영상, 떠올린 생각, 손으로 만진 느낌처럼 자신의 뇌로 인지한 모든 것이 이른바 '전뇌통신'을 통해 무선으로 바로 전달되기 때문에 더욱 효율적인 의사전달을 할 수 있다. 현실적 의미의 ‘텔레파시’라고도 할 수 있는 이런 능력은 오랫동안 공상과학 영화의 단골메뉴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상상 속의 일이 최신 뇌과학기술을 이용하여 현실적인 미래의 모습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텔레파시 군인’의 탄생?
때때로 강대국 간의 치열한 군사 경쟁은 상상에서나 존재하던 과학기술을 현실화하는 중요한 동기가 되기도 한다. 지난 2010년 미국 국방부 연차예산 계획에 따르면 미국 고등국방연구소(DARPA)에서는 병사들의 뇌신호를 읽고 무선으로 전달함으로써 텔레파시처럼 생각만으로 통신할 수 있게 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1). ‘사일런트 토크 프로젝트 (Silent Talk Project)’라 불리는 이 무선통신 기술개발 사업은 공각기동대 대원들이 전뇌통신으로 생각을 주고 받듯이 병사들의 적진 침투나 은밀한 기동시에 실제로 말할 필요 없이 생각만으로 병사들 간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말 그대로 병사 간의 텔레파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 그림 3. 스위스의 한 과학자에 의해 고안된, 뇌신호 송수신을 위한 군사용 헬멧. 헬멧에는 뇌전도를 검출할 수 있는 장치 및 외부신호를 받아 나타내는 출력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출처/ dvice.com 그렇다면 미국 국방연구소의 바람대로 현재 뇌과학 기술로 이런 일이 가능할까? 현재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사일런트 토크 프로젝트는 병사의 생각을 읽기 위해 병사들의 헬멧에 뇌전도(EEG, 혹은 뇌파) 측정 도구를 장치할 계획을 하고 있다. 뇌전도란 뇌 안에서 신경세포 사이에 신호가 전달될 때 생기는 전기의 흐름이다. 이런 전기적 흐름은 뇌 활동에 따라 각각 다르게 나타나며 뇌의 활동 상황을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기도 한다. 주변에서 흔히 알파파, 베타파 혹은 감마파, 이런 표현을 쉽게 들을 수 있는데 이들은 뇌전도가 나타내는 특정 파형을 나타내는 표현들이다.
우리 뇌는 특정 목소리를 내기 전에 단어-특이적인 뇌전도를 발생시키는데, 국방연구소의 계획에 따르면 병사의 헬멧에 장착된 뇌전도 측정 장치를 통해 이 신호를 검출해 병사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컴퓨터로 재구성할 수 있다고 한다. 병사의 생각을 컴퓨터로 해독할 수 있으면 인터넷이 어디나 연결되어 있는 현대 사회에서 그것을 무선으로 전달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사일런트 토크 프로젝트는 사람이 말하고자 할 때 나타나는 뇌전도를 컴퓨터로 재구성하고 해독하는 일과 뇌전도가 나타내는 의미를 부호화하여 무선으로 전달하는 기술을 확립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사일런트 토크 프로젝트에서 제시하는 병사 간의 무선통신 기술은 언뜻 생각만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면에서 텔레파시를 연상시키지만 간단한 메시지 전달만이 아니라, 공각기동대에서 흔히 그려지는 것처럼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고 느낌을 공유하는 소통을 위해서는 사람의 생각을 읽고 해독하여 컴퓨터와 같은 외부 기계장치로 전달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능력뿐 아니라 컴퓨터에 부호화된 정보를 수신자의 뇌에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컴퓨터-뇌 인터페이스(Computer-Brain Interface) 능력도 필요하다.
송신자의 뇌활성을 수신자의 뇌에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면 우리가 오감으로 느끼는 느낌은 물론이거니와 행동까지도 그대로 상대방에 전달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뇌전도는 헬멧으로 읽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병사의 뇌에 직접적으로 정확한 신호를 전달하는 것이 가능할까? 사실 사일런트 토크 프로젝트는 이에 대한 청사진은 보여주고 있지 않다. 어쩌면 더 단순한 차원에서 읽어들인 뇌파 신호를 이용해 스크린에 메시지를 나타내거나 스피커로 지시를 내릴 수도 있고 뭔가 다른 계획이 있을 수도 있지만, 현재 우리로서는 그 내용을 알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괜히 국방연구소이겠는가!). 하지만 실망하기는 이르다. 2013년, 올해 발표된 두 편의 뇌-컴퓨터-뇌 인터페이스(Brain-Computer-Brain Interface, BCBI)에 관한 최신 뇌과학 논문은 생각만으로 소통하는 미래의 텔레파시 기술이 어떻게 발전할지 상상해 볼 수 있게 해준다.
국소 전기자극 통한 신호전달
머리에 심은 전극을 이용해 원숭이에게 연결된 로봇 팔을 원숭이가 생각만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뇌-기계 인터페이스(Brain-Machine Interface, BMI) 기술로 유명한 미국 듀크대학의 니코렐리스(Nicoleilis) 교수 연구팀은 올해 초 기존의 기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동물들 간에 뇌신호를 직접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뇌-뇌 인터페이스(Brain-to-Brain Interface, BTBI) 기술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2).기존 BMI 기술이 뇌속에 이식한 전극을 이용해 측정한 뇌세포의 발화 패턴을 로봇 팔과 같은 외부 기계의 움직임으로 바꾸는 기술인데 비해, 새로 선보인 뇌-뇌 인터페이스 기술은 측정한 뇌세포들의 발화 패턴을 다른 동물의 뇌에 전달해 신호를 전달받은 동물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기술이다. 즉, 뇌활성 패턴을 그대로 전달함으로써 생각만으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 그림 4. 니코렐리스 연구팀에서 수행한 촉각신호를 이용한 뇌-뇌 인터페이스 실험의 개념도. 브라질 나탈에 있는 인코더 쥐의 촉각피질에 위치한 신경세포 활성 패턴을 수학적 알고리즘을 이용해 디지털 신호로 변환한다. 변환된 디지털 신호는 대륙 건너 미국의 던햄에 있는 디코더 쥐의 촉각피질 내 미세자극 전극을 통해 전달된다. 디코더 쥐는 인코더 쥐가 느낀 촉각신호를 그대로 받아 올바른 정답을 맞춰 보상을 얻기 위해 행동한다. 출처/ Nicoleilis Laboratory 홈페이지 이 흥미로운 기술을 이용한 동물실험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니코렐리스 교수는 동물들 간의 의사소통을 확인하기 위해 쥐(Rat)을 이용해 실험을 수행했다. 한쪽에는 ‘인코더 쥐(Encoder rat)’라고 불리는, 뇌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하는 쥐의 뇌 운동피질(Motor cortex) 영역에 전극을 심어서 쥐의 움직임에 해당하는 뇌세포의 활성을 측정했다. 한편 다른 한쪽의 ‘디코더 쥐(Decoder rat)’에게는 이 측정된 뇌신호를 같은 운동피질 영역에 전달하여 인코더 쥐의 뇌세포들이 활성화할 때 그러한 뇌세포의 발화 패턴이 그대로 전달되도록 했다.
이렇게 구성된 시스템에서 인코더 쥐는 모니터에 나타나는 특정 시각신호에 대해 왼쪽 또는 오른쪽 구멍에 코를 집어넣도록 훈련시켜 놓았다. 예를 들어 ‘A’라는 그림이 나타났을 때 왼쪽 구멍에 코를 집어넣으면 맛있는 주스가 나오지만 오른쪽 구멍에 코를 집어넣었을 때는 아무런 보상도 주지 않는 방법으로 인코더 쥐가 ‘A’ 그림일 때 왼쪽 구멍에 코를 집어넣도록 유도한다. 또 ‘B’ 라는 그림이 나타나면 오른쪽 구멍에 코를 집어 넣었을 때에만 보상을 줘서 ‘B’라는 그림일 때 오른쪽 구멍에 코를 집어 넣도록 유도한다.
이런 식으로 인코더 쥐를 훈련시키면 나중에 인코더 쥐는 거의 매번 모니터에 나타난 그림에 따라 왼쪽 구멍에 코를 집어넣어야 할지 아니면 오른쪽 구멍에 코를 집어넣어야 할지 정확하게 판단해 행동하게 된다. 이 연구의 놀라운 점은 모니터를 보지 못하도록 다른 상자에 넣어둔 디코더 쥐도 역시 인코더 쥐한테서 전달된 뇌신호를 통해 왼쪽과 오른쪽 구멍 중 어디에 코를 집어넣어야 할지 맞춰 맛있는 주스를 받아 마신다는 것이다. 마치 인코더 쥐가 생각만으로 디코더 쥐에게 왼쪽과 오른쪽 중 어느 쪽이 주스가 놓인 구멍인지 알려준 것과 같다.
더욱이 니코렐리스 교수 연구팀은 브라질에 있는 인코더 쥐가 미국에 있는 디코더 쥐의 행동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이런 뇌-뇌 인터페이스가 원거리에 있는 대상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이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예전에 미국 듀크대학의 원숭이가 뇌신호만을 이용해 일본 교토대학의 이족보행 로봇을 움직여, 뇌신호를 이용해 원격 로봇 조종이 가능함을 보여준 실험에서도 볼 수 있듯이 니코렐리스 연구팀은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쇼맨십도 상당히 갖춘 듯하다).
» 그림 5. 굉장히 작은 신경세포를 미세자극 하기 위한 미세전극 말단의 전자현미경 사진. 출처/ Max Planck Institute 홈페이지 그렇다면 니코렐리스 교수 연구팀은 어떤 방법으로 인코더 쥐에서 측정한 뇌신호를 디코더 쥐의 뇌에 입력할 수 있었을까? 연구팀은 '피질 내 미세자극(Intracortical microstimulation, ICMS)'이라는, 작은 유리전극을 피질에 직접 심어 전류를 흘려 보내는 방법으로 전극 근처의 뇌세포들을 인공적으로 활성화시켰다. 하지만 단순히 일정량의 전류를 흘려보낸 것이 아니라 인코더 쥐에서 측정된 뇌세포 활성을 그대로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펄스 신호로써 주변의 뇌세포들을 자극하여 디코더 쥐의 뇌가 인코더 쥐의 뇌와 비슷한 뇌활성 패턴을 만들어내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인코더 쥐가 행동하는 패턴을 디코더 쥐가 학습하고 따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송신자의 생각을 스크린이나 스피커와 같은 매개체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수신자의 뇌에 전달하여 수신자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 이 연구결과는 투박하게나마 앞서 소개한 사일런트 토크 프로젝트가 이용할 수 있는 미래의 텔레파시 기술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 연구에서 사용된 뇌세포를 직접 자극할 수 있는 미세자극 기술은 새롭게 등장한 기술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뇌의 다양한 영역을 인공적으로 자극하기 위해 사용된 고전적인 기술이다. 원하는 위치의 뇌세포를 상대적으로 섬세하게 자유자재로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세자극 기술은 앞으로 우리 뇌로 직접 정보전달을 하는 수단으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뇌의 시각피질이나 청각시스템을 직접 미세자극 하는 방법으로 눈이 먼 사람이나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에게 보조적인 시각신호나 청각신호를 전달하는 치료방법도 현재 존재한다.
하지만 니코렐리스 교수 연구팀이 보여준 방법들은 사일런트 토크 프로젝트와 같은 인간을 대상으로 한 기술로 사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뇌신호를 읽어내는 방법이나 다른 사람의 뇌신호를 입력하는 방법이 모두 다 수술해서 전극을 직접 사람 뇌에 심어야 하는 ‘침습적인’ 방법이라는 큰 한계가 존재한다. 아무리 텔레파시 기술이 멋져 보인다 하더라도 자기 두개골을 깨고 이리저리 전극을 심겠다고 자원할 병사가 몇이나 있겠는가? 윤리적으로 보더라도 아직까지는 인간에 사용하기에는 아주 멀고 먼 미래의 이야기가 될지 모른다. 그렇다면 수술하는 것이 아닌, 병사의 모자 혹은 헬멧에 장작할 수도 있는 ‘비침습적인’ 방법은 없는 것일까?
초음파 이용한 뇌세포 자극기술
니코렐리스 교수팀의 연구가 발표되고 두 달이 지난 지난 4월, 하버드대학의 한국인 교수인 유승식 교수팀에 의해 외과적인 수술이 필요치 않은 비침습적인 기술들로만 구성된 새로운 뇌-뇌 인터페이스 기술이 발표됐다 3). 사일런트 토크 프로젝트에서도 계획하고 있는, 모자처럼 쓸 수 있는 외부 전극들로 읽을 수 있는 뇌전도 신호를 이용한 이 기술은 읽어들인 신호를 수신자의 뇌에 전달하기 위해서 집속초음파(Focused Ultrasound)를 두개골을 투과해 전달하는 방법을 사용헸다. 이 기술은 고도로 집속된 음파에너지를 뇌 깊숙한 곳의 특정 영역에 전달하는 기술로서, 원래는 뇌암 같은 병리조직을 부수기 위해 사용되었던 기술인데, 사용하는 에너지를 낮추고 자극 시간을 조절함으로써 특정 부위의 신경세포들을 자극하고 활성화하는 데 사용할 수 있었다.
실험 과정은 간단하다. 송신자 역할을 하는 사람은 뇌전도를 측정할 수 있는 모자를 쓰고서 동그란 원이 깜빡이는 모니터 앞에 앉는다. 송신자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가 자신이 원할 때 모니터에 나타난 원을 바라보면 송신자 뇌의 시각피질 영역에서는 깜빡이는 원에 의해 생기는 특정 뇌전도가 발생하는데 송신자가 쓰고 있는 모자가 이 뇌전도를 인지하고 초음파 발생기에 신호를 보내면 집속초음파가 쥐 뇌의 운동피질 영역을 자극해 쥐가 꼬리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결국 사람이 자신의 뇌전도 신호를 이용해 쥐의 움직임을 조종하는 것인데 유승식 교수의 연구팀은 이와 같은 실험을 통해 2초 안에 상당히 높은 정확도로 송신자가 원할 때 쥐의 꼬리를 흔들게 할 수 있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 그림 6. 비침습적인 방법을 이용한 뇌-뇌 인터페이스 실험의 개념도. 전체 시스템은 뇌전도를 읽어서 해독하기 위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부분과 컴퓨터로 변환된 뇌전도 신호를 초음파를 통해 쥐의 운동피질 영역에 전달하기 위한 컴퓨터-뇌 인터페이스(CBI) 부분으로 나뉜다. 한쪽에는 뇌파검출을 위한 전극이 장치되어 있는 모자를 쓴 실험자가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실험자가 가운데 원을 바라볼 때 특정한 패턴의 뇌전도 신호가 생기는데 이 신호가 검출될 때마다 초음파 발생기에서 생긴 초음파가 머리가 고정된 쥐의 운동피질 영역을 활성화해 쥐의 꼬리가 움직이게 한다. 출처/ Plos one
아직은 고작 쥐꼬리나 흔들게 하는 수준의 간단한 기술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 기술은 뇌파 신호를 보내는 송신자나 신호를 받아 꼬리를 움직이는 쥐는 둘 다 아무런 침습적인 수술 없이 이런 실험결과를 보여주기 때문에 향후 인간을 대상으로 한 기술 개발이 매우 유망하다. 이 실험에서 깜빡이는 원을 바라볼 때의 뇌전도를 구분해 냈듯이 특정 명령과 관련된 뇌파를 구별해낼 수 있다면 초음파를 통해 다른 병사의 뇌를 직접 조종해 원격으로 지시를 내리는 모습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연구에서는 동물을 대상으로 신호를 전달했기 때문에 직접 운동 영역에 신호를 전달해 행동을 조절했지만 사람의 언어 영역에 신호를 전달하여 메시지를 전달하면 텔레파시처럼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올지도 모를 일이다. 공각기동대에서 자주 묘사되는, 텔레파시를 이용한 대화와 감각 공유가 완전히 공상과학적인 소재로만 보이지 않게 하는 대목이다.
‘양날의 칼’
뇌-뇌 인터페이스에 관한 연구는 올해 처음으로 관련 논문이 나오기 시작했으니 아주 새롭고도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큰 분야라 할 수 있다. 아직은 동물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간단한 소통에 머물러 있지만 이후에 인간 뇌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우리가 생각하는 메시지를 해독하고 전달할 수 있게 된다면 이번에 살펴본 논문들과 같은 연구가 초석이 되어 미래에 텔레파시로 소통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뇌-뇌 인터페이스가 보여주는 뇌과학 기술의 발전은 단지 편리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의 개발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나는 이런 기술의 실용적인 측면보다도 오히려 이러한 기술을 통해 우리가 더 자세히 이해하게 될 우리 뇌의 작동 메커니즘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간다. 그 중 가장 크게 기대되는 부분은 우리의 의식과 관련한 부분이다. 운동 영역에 직접 전달되는 외부 신호에 의해 행동하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생각할까?
의식에 대한 지난 번의 이야기에서 분리뇌 증후군을 앓는 사람은 무의식적인 자신의 행동을 마음대로 합리화한다는 사례를 보여준 적이 있다(“풀리지 않은 미스터리, 의식과 자유의지의 실체”). 우리의 무의식적 판단이 의식적으로 합리화되는 현상은 이밖에도 무수히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초음파로 나의 뇌의 운동피질 영역을 자극해 지금 나를 벌떡 일어서서 걷게 만든다면 나는 내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어리둥절해 할까, 아니면 물이라도 떠 먹으려고 일어났다고 생각할까? 어쩌면 우리 의식의 자유의지에 대한 직접적인 해답을 안겨줄 수 있는 실험일 수 있지 않을까?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뇌-뇌 인터페이스의 발전이 텔레파시와 같이 편리한 통신수단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행동이 외부에서 조종되는 무서운 일이 일어날 수 있겠다는 두려운 상상도 가능하게 한다. 사일런트 토크 장비를 착용한 병사들은 단순한 의사소통을 넘어서 어쩌면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행동을 하도록 강요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 의해 행동이 조종되거나 타인의 느낌을 자신의 느낌으로 착각할지도 모른다. 아직 공상으로나 이야기할 수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날로 발전하는 뇌과학 기술이 신기하면서도 한없이 반가울 수 만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
참고 문헌
1. Pentagon Preps Soldier Telepathy Push, 2009. 5. 14. at Wired News
2. Pais-Vieira M, Lebedev M, Kunicki C, Wang J&Nicolelis MA (2013), A Brain-to-Brain Interface for Real-TimeSharing of Sensorimotor Information, Scientific Reports 3; 1319.
3. Yoo SS, Kim H, Filandrianos E, Taghados SJ, Park S (2013) Non-Invasive Brain-to-Brain Interface (BBI): Establishing Functional Links between Two Brains, Plos one 8(4)e60410.
홍수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박사과정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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