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교정은 데모에 참여하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갈라져 있었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나는 어정쩡한 상태에서 이쪽을 선택하면 저쪽에 미안하고, 저쪽을 선택하면 불의에 굴복하는 것 같아 마치 최인훈의 회색인처럼 괴로웠다. 봄꽃들이 저마다의 색깔로 피고 진 5월은 발칸의 피빛같은 장미로 호사로웠다. 복학생 몇과 교정에서 막걸리로 고주망태가 되어 쓰러졌다 새벽 안개깔린 어스름의 벤치위에서 선잠을 자다 추위에서 깨어난 나는 머리통을 회초리로 갈기는 충격을 받았다. 지난 밤 아이들이 어지럽혔던 교정을 청소부 아저씨들이 묵묵히 치우고 있었다. 아이들의 토악질까지 치우는 그들이 자신의 일을 대하는 태도는 비굴하지 않아서 당당했고 하기 싫은 일을 어거지로 하는 부조리한 위선이 아니어서 오히려 경건했다. 자신의 일을 당당하고 경건하게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타인들에게 은유된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막스 베버의 소명으로서의 직업이 아니던가!
이후의 삶을 살아오면서 내가 새긴 것은 BEST onE이 아닌 onLY onE였다. 일테면 나만의 정체성의 연마일텐데 나는 지금 그 새김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을까? 그래, 에머슨이 인생의 성공이라고 설파한 단 한 사람이라도 행복하게 만드는 것. 그게 요즈음 내 유일한 목표다. 그러니 내가 세운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지인께서는 필히 성원하실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