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을 걸고 말하거니와,나는 내 業인 고건축(정확히는 한식기와 생산업)을 사랑한다. 본래의 의미에서 기와 집은 세월의 풍상을 견뎌낸 소박하지만 소박한 것에서 끝나지 않고, 한없이 정밀한 측면도 놓치지 않으며, 독립된 것처럼 홀로 우뚝하지만 주위와 원근과도 즐겨 어울리고, 바람의 출입과 흐름조차도 막힘이 없으며, 빛은 아침과 저녁의 노을, 한 밤중의 촛불과 호롱불에 의한 그림자에 이르기까지 빛의 밀도와 농암마저도 친근하며, 바람이 불건, 눈이나 비가 오건, 낙엽이 떨어지건, 단순히 사람이 살아가는 곳에서 그치지 않고 끝끝내 인문이라는 문화를 생성시키는 곳. 그곳이 한옥이기 때문이다.

한옥은 시간과 인식의 경계를 허문다. 따라서 한옥은 지나간 것이 아니라 오래된 곳, 오래 존재할 곳, 흩어짐이 아니라 수렴과 포용, 껴안는 곳이라는 인문적 의미를 함의한다. 멀리서 온 손님이나 과객들에 대한 배려 또한 특별하다. 과객들이 집주인에 대해 가지게 되는 민폐끼침을 최소화시키는 사랑방은 놀라운 인문정신의 핵심으로서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콘텐츠를 생산해주던 곳이던지....

오래되어 쇠락하면 쇠락한대로 넓으면 넓은대로 작으면 작은대로 추녀가 길면 긴대로, 좁으면 좁은대로, 한옥은 서양식 집구조의 핵심가치인 크고, 높고, 넓은 것을 자랑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 주변의 자연과 어떻게 어울릴 것인지를 고민하고 걱정하는 저 놀라운 배려심을 보라. 흙, 나무, 돌, 물 등 그저 자신의 주변의 것들을 최대한 사용하기에 하루를 살아도 생경함이나 부조화가 없는 마치 그곳에서 오래 살아온 것처럼 사람이나 한옥의 자재들은 그대로 주변의 것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사진은 작년 12월에 계약하여 3월 현재 1차 공정이 끝난 중원대학교 문화관의 위용이다. 전체 건평이 6.900여평에 콘크리트 3층 구조의 부속건물들을 아우르는 한옥이라기에는 너무 커서 어쩐지 주변과 불화의 흔적이 도저하지만 나는 내 기와로 지붕을 단장한 한옥 건물에 대한 사랑을 전할 수만 있다면 진정코 행복한 사람이다.

한옥의 설계 기준의 전통은 좌우 대칭이다. 최근 퓨전 한옥의 등장으로 비대칭 구조 건물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는 현대 건축 철학의 확장 개념인 것이다. 대칭의 의미는 균형이다. 한옥이 한사코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용의 가치를 견지하는 것은 비대칭이 가져올 수 있는 몰이해를 경계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치의 오차도 없는 그 좌우 대칭이 건네는 균형은 우리를 긴장시키고 마침내 스스로 완전한 안정에 도달하는 것이다.
뒷담화 : 1차 공정에 기와 수량은 물경 24만장이 공급되었다. 비교하자면 화재로 소실되었던 숭례문(남대문)이 중층구조의 팔작지붕으로 약 32,000장의 기와가 사용되었다. 이 현장에 납품물량은 남대문의 약 10배 정도로 큰 한옥 현장이라 하겠다.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2차 공정에는 종각, 부각, 팔각정 등 총 5개 동에 약 6만여장이 소요될 예정이며, 3차 공정인 담장 공사에는 82,000장이 납품될 것이다. 한편 학교의 위치는 충북 괴산군 괴산읍에 소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