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심함을 생각하면 나는 찌질한 인생이 틀림없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 둘째를 서울로 보내고 장을 보러 마트에 들렸다가 마눌님은 장거리 쇼핑하러 가트를 끌고 가고 나는 책 코너에 들렸다. 젠장!! 코너 담당이 누구인지 이 週의 베스트에 박근혜의 '인생'이 놓여 있었다. 얼른 주위를 살핀 나는 박근혜의 책을 빼어 문재인의 '그 남자'를 올려 놓고, 박근혜의 책 7권을 몽땅 들어내 서가 한 켠의 흐트러져 쌓여 있는 어린이 도서 밑에 보이지 않게 숨겼다. 흐흐, 그러니 나의 이 소심함과 찌찔함을 용서하시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어둠이었지만 보름달이 환했다. 비록 보름달이 우리네 피팍한 삶의 절망을 잊게 할 수는 없겠지만, 저 보름달을 바라보는 한, 절망을 잠시 잊을 수는 있을 것이다. 우리의 스승 소크라테스는 음미되지 않는 인생은 가치가 없는 삶이라고 가르쳤다. 그것은 '좋은 행위'에 대한 순수한 지적 탐구이자, 행위의 규준으로 본다면 실천적 이유 때문일 것이다.
보름달은 질 때까지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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