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박원순 이라는 사람

체 게바라 2011. 10. 25. 01:18

 

'박원순'이라는 사람

 

내 예상이 맞았다. 서울 시장 보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야권 단일후보인 박원순에 대한 후보로서의 능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말들이 각 야당과 시민 단체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선거 캠프에서 알음알음 나오기 시작했다. 선거에는 초짜인 그가 시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부터 지금까지 1달여도 채 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대중연설에서 군중을 휘어잡는 능력이 모자라고, 유머가 없어 늘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든다든지, 기자들의 직공적인 질문에 재치 있게 받아 넘기지 못하고 진지하게 접근한다든지 하는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기본적인 능력이 선거의 베테랑들인 캠프로 파견 나온 정당의 스탭들을 당황시킬 정도로 뒤진다는 것 말이다.

 

박원순이 누구인가? 386세대조차도 부나방처럼 정치판으로 뛰어들고, 그도 아니면 바뀐 정치 지형에서 조금은 쉽게 기업가로 변신하여 성공할 때, 또는 남들이 하나같이 정치나 행정부의 요직을 희망할 때, 386의 맏형인 475(지금이야 575로 불리워야 되겠지만)세대로 청춘의 시대엔 민주주의와 자유의 투쟁으로 고초를 겪었고, 세속적 성공인 사시합격과 검사를 팽개치고 변호사로, 변호사에서 인권 변호사로, 급기야는 계속되는 정부 요직에의 참여 권유를 뿌리치고 자신의 삶의 목표는 좋은 공동체를 만드는 것에 있다는 것에 투신하여 25여년을 이 땅의 풀뿌리 시민운동가로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의 손길이 닿은 이 도저한 공공에의 투신과 공동체 운동의 신념은 그 속내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사람을 숨죽이게 했다. 그건 개인적 사익도 명예도 아닌 오롯이 공공에의 헌신이라는 말 이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1986년 역사문제연구소로부터 시작된 그의 시민운동 인연은 반석위로 올려놓은 참여연대에서 금년 서울시장 출마로 아름다운 재단, 아름다운 가게 이사직과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직을 사직할 때까지 지속하여 왔던 것이다.

 

이런 박원순의 삶의 이력을 흠잡는 이명박이나 나경원과 한나라당을 보라. 입으로는 국민을 외치면서 철저하게 개인의 사익에 복무한 인연들밖엔 보이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안철수 원장까지 박원순의 삶의 이력에 감동하지 않았던가? 안철수가 컴퓨터 백신 전문가라면 박원순은 사회적 백신 전문가가 아닐까? 그 점에서 안철수는 박원순이 자신의 양보를 받을 수 있는 충분한 준비와 자격을 갖추었다고, 자신이 기꺼이 양보할 수 있는 사람임을 인정한 것이다. 나는 박원순이 꿈꾸는 풀뿌리 자치, 소외되거나 억압과 차별이 없는 정말 사람 사는 서울을 만들어 가리라는 것에 한 표를 건다. 대중연설, 유머, 재치는 필요한 정치인에게 덕목임에는 틀림없으되 필수적 요소는 아니다. 나는 박원순의 정직과 소탈, 꾸밈없음, 어눌함이 훨씬 좋다. 그가 당선되어 만들어갈 서울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그것은 곧 대한민국이 행복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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