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이 즐겨 사용하는 용어에 '무뇌아'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의견이나 행동이 남에게 어떤 고통이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 알지 못해서
누군가를 깊은 분노와 고통에 빠지게 하고도 그것을 헤아리지 못하는, 혹은 아예
헤아리지 않는 생각 없음의 상태가 바로 그것이다.
아우슈비츠의 기획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은 재판정에서 끝까지 무죄를 주장했다.
“나는 단지 명령을 따랐을 뿐이다. 신 앞에서는 유죄이지만, 이 법 앞에선 무죄다.
” 검사는 그의 죄를 “의심하지 않은 죄, 생각하지 않은 죄, 그리고 행동하지 않은 죄,
이것이 피고의 진짜 죄”라고 탁월하게 정리했지만, 이보다 더 명징한 것은 한나
아렌트의 규정이었다.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한 죄! 다만 희생자를 타자화한 것은
잘못이다. 이웃은 우리이지, 타인이 아니다. 그렇다.
유태 사상가 한나 아렌트는그것을 '무사유'라고 정의했다. 아렌트는 홀로코스트 전범으로 예루살렘의 전범
법정에 선 아이히만 재판의 전 과정을 참관하면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철두철미하고 근면하지만, 제일 중요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으며 그 일의 결과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성찰은 조금도 없는 아니 결코 깨닫지 못하는 상태, 혹은
사람을 무사유, 무사유적 인간으로 칭한다. 아이히만은 자신에게 부여된 일들이
유태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유태인의 처지에서 자신이 수행하는일들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성찰하지도 반성하지도 않는다. 바로 그 철저한 무사유가
유태인 대학살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아렌트는 지적한다.
그리고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을 남긴다.
이쯤해서 퀴즈 하나. 우리 시대의 대표적 무뇌아는 누구인가?
힌트, "내가 OO해봐서 아는데.."라는 말을 달고 사는 한 사람.
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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