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의 삶이 재미없는 이유는 선택의 자유를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모이면 군대 이야기, 축구 이야기다. 선택의 자유는 인간 존재의 근거다. 내 삶의 의미는 내가 선택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등산가들은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고 히말라야를 오른다. 내가 선택한 일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이 선택의 자유와 비슷하게 쓰이는 개념이 있다. 내적 동기다. 내적 동기란 즐거움이나 재미 같은 내면의 욕구를 의미한다. 요즘 이 내적 동기가 전성시대다. 자신이 진짜 원하는 일을 선택하라고 곳곳에서 부추킨다.
유사해 보이는 내적동기와 선택의 자유는 실은 서로 다른 개념이다. 그러나 이 두 개념이 상충하는 경우도 많다. 돈이나 성적 같은 외적 동기에 의해 움직이지만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부여된 경우이다. 그러나 이 내적동기와 선택의 자유가 충돌할 때 어느 요인이 더 강력할까? 심리학자들은 선택의 자유 쪽 손을 들어준다. 비록 외적 동기에 의한 행동이지만 스스로 선택했을 경우 그 행동의 몰입도가 순수한 행동의 몰입도보다 더 높다는 것이다. 구태여 순서를 따지면 선택의 자유가 먼저고 그 다음이 내적동기라는 것이다.
재미있어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면 재미있어진다. 아무리 재미없는 행동도 내가 선택하면 재미있어진다. 요즘 유행하는 행동경제학의 너지(Nudge)같은 개념은 바로 이 선택의 자유에 관한 경영학적 변형이다. 방향만 은근슬쩍 제시하고 최종 결정은 스스로 내리도록 해야 행복해한다는 것이다.
선택의 자유를 박탈당한 이들에게 나타나는 심리현상은 좌절이다. 좌절한 이 땅의 사내들은 밤마다 옹기종기 모여앉아 다양한 폭탄주를 제조한다. 내 돈 내고 마시는 술이라도 한번 내 마음대로 섞어 보자는 거다. 그러니 우리 인생이 얼마나 쩨쩨한 일인가? 심각한 실존의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