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故노무현대통령 서거 1주기 추도사

체 게바라 2010. 5. 23. 20:56

 

잘 가세요. 바보 형님. (노무현대통령 서거 1주기에 부쳐서)

 

대통령님, 시대는 한 번도 나를 비켜가지 않았다며 당신은 역사의 부름에 언제나 자신의

전 존재를 걸고 치열하게 응답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 치열함에 우리는 감동했고, 그 감동이 당신을 끝내 이 나라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까지 밀어 올렸지요. 그것은 당신의 명예이기 이전에 우리의 시대가 보여줄 수 있는 감동적인 시대정신의 승리였기에, 당신은 우리의 상징이자, 자랑이었습니다. 당신은 철저히 비주류로서 그렇게 치열하게 대한민국을 ‘사람이 사람 노릇하는 사회’로 만들고자 했고, ‘전략은 타협할 수 있지만 민주주의의 원칙은 타협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시면서 “어려움을 무릎 쓰고 손해 보면서, 바보 노릇하면서” 힘없는 자들을 위해서 끝까지 살아왔으니 당신의 죽음을 어찌 민주주의를 위한 순교라 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망국적인 지역주의와 기회주의에 맞서 시퍼렇던 당신의 기개를 생각하면 지금도 우리의 가슴은 뜨거워집니다.

 

1년 전, 오늘처럼 오월의 녹음이 대지에 서럽도록 파랗던 날, 당신이 끝내 시대의 포악하고 부조리한 집단들의 공격에 몸을 던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당신이 이제 더 이상 이 세상에 없기 때문에 당신이 다스리던 세상은 그래도 꽤나 살만했던 세상이었구나 싶어서, 그런 세상을 다시 만나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더 험한 꼴을 보아야 하나 울분이 터져서, 민주주의가 공기나 물처럼 무심히 우리 곁에 있던 당신의 시절이 눈물 나게 그리워졌습니다. 당신을 화장하고 고향인 봉하에 안치하면서 우리는 왜 이렇게 우리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한없이 부끄러워졌는지 모릅니다. 당신은 자신을 던졌는데 우리는 왜 구차하게 살아가는지, 당신의 시대는 우리의 시대이기도 했기에, 당신의 실패는 곧, 우리의 실패인데, 왜 당신은 가시고, 우리만 여기, 이 비루한 현실에 살아남아 있는지를 상기하면서 당신을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은 삶을 종결짓는 그 순간조차 바보다운 엄격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사랑던 ‘바보 노무현’은 국회의원답지 않게 비열한 증인에게 명패를 집어던지고, 품위를 고려하지 않는 구어체의 직설화법을 즐기며, 아내를 버리느니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반문하던 뜨거운 정열이 살아있는 아주 씩씩한 사람이었으니까요. 당신은 '모든 이가 먹을 것과 입을 것 걱정 없이 하루하루를 편하게 사는 세상, 반칙과 특권이 없이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 성공한 사람이 부당한 특권을 누리지 않는 세상, 그래서 더럽고 아니꼬운 꼴 안보고 좀 신명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함께 만들자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니 어찌 우리가 당신을 잊겠습니까?

 

당신은 “근대이후에 모든 사상은 결국 민주주의로 귀착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라고

말씀하시면서 그 민주주의란 바로 “인간을 위한 사상”이고,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한 사상”이며, 그것이 “경제발전에도 가장 적합한 사상”이라고 확신에 차서 지적하셨지요. 그렇게 따뜻했던 당신은 사람들이 당신의 삶을 이야기할 때 불우함에서 탈출한 이야기만하지 오히려 그 불우한 사람들을 있도록 한 우리 사회의 구조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 것이 불만이라고 했습니다. 당신은 일반적으로 자수성가한 ‘졸부들’이나 ‘신흥부자들’과는 달리 개인적으로 승부하려하지 않았고, 공동체와 함께 하는 삶을 꿈꾸었으며, 그런 자신의 삶을 “시지프의 신화”의 삶으로도 비유했습니다. 또한 자신의 지나온 삶은 언제나 성공과 실패가 하나인 삶이었다고 말씀하셨지요. 패배는 승리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었고, 새로운 도약은 좌절의 잿더미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고, 그것은 “단순한 의지 하나로는 헤쳐 나갈 수 없었던 정치인의 길”이었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는 그 산의, 또 그 강의 높고 깊음을 탓하기 전에 내가 먼저 변해야”하는 길이었다고 하시면서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세상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불의에 대해 분노할 줄 알고 저항한다.”고 하셨지요.

 

나탄 샤란스키는 <민주주의를 말한다>라는 책에서 ‘누구든 광장 한가운데로 나가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의 견해를 체포, 구금, 물리적 위해에 대한 두려움 없이 발표할 수 있다면 그 사회는 자유사회다. 하지만, 두려움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회라면 그 사회는 공포사회다’라고 썼습니다. 바로 당신의 탈권위는 말의 성찬이나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였습니다. 집권하자마자 검찰과 경찰, 국세청, 국정원을 대통령의 권력기관에서 국민에게 봉사하는 기관으로 돌려 보내셨습니다. 5년 내내 기득권 세력에게 물어뜯기고, 같은 당 소속 국회의원들에게서조차 왕따 당했던 대통령. 대통령이면서도 세상의 모든 모욕을 다 겪어야 했던 사람. 그렇게 얻어맞고 수모를 당하면서도 단 한 번도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권력을 사유화하지 않았던 사람. 미련곰탱이 원칙주의자 대통령이셨습니다.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당신의 마지막 말이 가슴을 후벼 팝니다. 우리는 그렇게 당신을 모른 척 비껴 지나갔던 것은 아닐까요? 당신에게 다가가 당신의 진실을 믿는다고, 사악한 혓바닥들의 짓에 굴하지 말라고, 우리가 지켜 드리겠다고 말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당신을 혼자 두고 지나쳐버린 역사의 방관자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으로 우리는 당신을 떠나보냈습니다. 그럼 이제 다 끝났을까요? 절대로 아닙니다. 역사의 시간은 멈추지 않고 힘들지만 바른 길을 찾아가는 법입니다. 당신은 떠났지만 우리는 당신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우리들이 당신은 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믿는 한, 우리가 당신의 죽음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 한, 당신은 우리 가슴에 영원히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故노무현대통령 충주지역 시민추모위원회 대표 체 게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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