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한 해가 저문다.

체 게바라 2010. 1. 1. 11:40

 

한 해가 저문다. 저무는 것들은 모두 쓸쓸하다.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돌아오지 않는 것들을 바라보는

세밑의 심사는 대개 회한 만이 남는다. 그것이 오십 줄을 넘어 후반으로

치닫는 세월이라서 더욱 그러하다. 내가 지나온 이 세월도 나와는

무관하게 저 홀로 존재하게 되는 것일까? 그것이 고통이거나 슬픔이거나 혹은

기쁨의 환희였거나, 그 시간이 그 무엇으로 남는다면 어떤 방식으로 내게 남아

존재하게 될 것인가?

 

새해를 맞으면 언제나 이런저런 희망을 꿈꾸었었다.

이 세월을 지나면서 돌이켜보면 그 희망들을 하늘에서 떨어지는 선물로

여겼던 것 같다.  새해의 첫날이 지나자마자 내가 무엇을 꿈꾸었다는

것조차 망각하며 일상에 젖어있었지 않았겠는가? 그러기에 희망이란 한겨울

동지 달의 순식간에 지나가는 우리가 잃어버렸던 꿈인지도 모르겠다.

희망이란 결코 내가 간절히 구하기 전에는 찾아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기대하며 이 신산한 세월을 견뎌내고 있었을까?

 

희망은 본질적으로 연약한 것이다.

희망은 다음의 희망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내가 꿈꾸어 오던

저 희망들을 내팽겨서는 안 된다고, 더불어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지나간 시간은 가르쳐 주었다.

그러니 이 새해에는 다시 꿈을 꾸자.

인간은 꿈의 세계에서 내려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