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들은 자신의 몸과 자신의 몸을 준 몸을 서로 마주치지 못한다.
이 끝없는 생명의 반복인 숙명과 보시는 인연이고,
그 인연은 세상의 찬란한 이상이다."라고 고형렬은 '은빛 물고기'에서
어머니의 모태에서 태어나 그 어머니가 죽어간 고향을 찾아 다시
자신의 자식을 낳고 죽어가는 연어들의 비장한 생애에 관해서 이렇게 썼다.
연어의 일생은 결국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무는
성스러운 생명의 기쁨과, 생명의 인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향을 떠난 사람들은 또다시 어느 객지에서 새로운 고향을 만들어 살아가고 있다.
고단하고, 비애에 젖은 삶 속에서도 인간다운 고귀함이 여전히 찬란하게
살아 숨쉬는 곳.
그곳은 바로 고향이다.
고향을 뒤로하고 새로운 객지를 고향으로 만드는 사람들의 행위는
이 시대가 인간에게 가하는 가장 큰 고통을 피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기록이다.
그러나 고향을 등진 사람들의 그 망가진 내면에는 끝끝내 망가질 수 없는
부분들이 온전하게 살아남아 있다.
뿌리 뽑힌채 고향을 등진 사람들의 거덜난 삶 속에서 우리들을 위한 부모님에게서
그래도 연어들처럼 자식들의 삶에 대한 신뢰를 발견하는 일은 참으로 눈물겨웠다.
그래서 우리들의 선대들은 고난에 찬 삶일지언정 자식들을 위해 저 연어들처럼
그저 말없는 실천에 도달한 성자들의 삶이었노라 말해야 하지 않은가?
우리들의 고향은 형체가 없으니 위태롭다.
그러나 위태로운 우리들의 고향은 여전히 탄탄하게 은빛 물빛의 땅에 뿌리박혀 있다.
그렇다, 우리는 고향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대를 이어 끝없이 이어진 우리의 삶은 오늘도 계속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이 연어들의 삶처럼 대를 이어 계속되는 한.
우리에게 고향의 추억을 증명할 수 있는 기억들이 존재하는 한,
우리에게 고향은 언제나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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