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무제

체 게바라 2009. 6. 24. 12:00

 

인파에 떠밀려 당신 영정도 제대로 보지 못한 아내는
삼각지 로터리 이층 카페 창 밖 아래로
당신 영정이 삼초만에 시야에서 사라지자
사십줄 여인네 입에서 “안녕 노짱!이라며 예를 버리고
눈물 콧물 범벅으로 허리를 꺽더이다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구요?

대한문 앞을 어슬렁거리다
깡술 쳐먹고 돌아오던 삼각지 로터리 그 여인네 남편은
아이들이 거칠게 만져 너덜너덜한 방아깨비 마냥
양복입고 넥타이 맨채로 아파트단지 보도 블록에 꼬꾸라진채
속세에서 목구멍 속으로 똥 같이 쑤셔 넣었던 밥덩이들을
부끄러운 척 독하게 쥐어짜고 있었더이다

사는게 사는게 아니지요?

살만한 세상 달달한 오월의 바람을 가르며
당신은 불화살이 되어 서푼짜리 제 양심을
향해 떨어지던
유월의 사람들 곁으로 바삐 가버렸는데

당신이 이승 위 구천을 징글맞게 떠돌면서
하나씩 하나씩 저들 명줄 따가길 고대하고 있는 저
그래요 전 당신의 극락왕생마저 챙기지 않는
천하에 호로자식이 되었더이다


민주가 누구집 고귀한 딸래미었던가요?

추모는 추모의 염대로
허둥대는 추산 오백만의 쪽수가 풀어야할 숙제는 숙제대로
21세기 신파극이라고 조롱하는 멸시는 멸시대로
극사실의 감성으로 벌이는 전쟁은 전쟁대로
당신의 용서는 용서대로
그 각각의 분별은 분별대로

근데,
해 떠나 지나 당신은 이제 없어
돌이켜,
아무리 꺽인 모가지를 뒤틀어 돌이켜 봐도
당신은 모지람 없고 기울지도 않았던 반듯한 사람

해서 이리듯 울어 불어터져 짐짓 핏발선 눈으로 비틀대는 저는
제가 어느해 기적적으로 우주에서 당신과 만나 감응했다던 그 정치에
제가 추동한 당신이 저를 죽이고 살아나는 당신의 그 마술 같은 역사에

지금 다시 양심에 손을 얹고 뼈를 바르면
뻔뻔하게 개침 상판떼기에 바르고 변절하려 하는데
후안무치한 이 밥버러지를 어찌 그토록 믿어주셨더이까

내 정치적 감성의 아비여
나의 대통령이여


나의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