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면 어떤 상처도 지나간다.
시간은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하고, 변하게 하고,
다시 태어나게 하고, 잊혀 지게 한다.
그렇게 인간은 시간의 속성 앞에서 그야말로 속수무책이 된다.
모든 게 얼어붙은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저 산야를 밀어붙이는 새순들이 다시 소란스러워지듯이 말이다.
이 여름날, 초록들의 잔치의 그칠 줄 모르고 정신없이 물드는
이 기억들을 언제, 어디에서 멈추어야 할지를 모르겠다.
마치 잊혀졌던 온갖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한바탕 설렘과 시끄러운 운동회를 벌이는 것 같아
한없이 속절없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내 소망의 끈이 풀리는 날,
내가 어느 날인가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나의 모든 것이 멈추리라는 것을.
어제도, 지금도, 남아있는 날들마저도 나는 나만의 한 세계,
완전히 독립된 그 자체이고 싶었다.
그 소망을 이룰 수 있을지 어쩔지는 아직도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하더라도,
나의 모든 것이 멈춘다하더라도
내 소망은 소망으로 소중히 남아있으리라는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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