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나는 믿는다

체 게바라 2009. 6. 11. 10:18

 

시간이 지나면 어떤 상처도 지나간다.

시간은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하고, 변하게 하고,

다시 태어나게 하고, 잊혀 지게 한다.

그렇게 인간은 시간의 속성 앞에서 그야말로 속수무책이 된다.

모든 게 얼어붙은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저 산야를 밀어붙이는 새순들이 다시 소란스러워지듯이 말이다.

 

이 여름날, 초록들의 잔치의 그칠 줄 모르고 정신없이 물드는

이 기억들을 언제, 어디에서 멈추어야 할지를 모르겠다.

마치 잊혀졌던 온갖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한바탕 설렘과 시끄러운 운동회를 벌이는 것 같아

한없이 속절없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내 소망의 끈이 풀리는 날,

내가 어느 날인가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나의 모든 것이 멈추리라는 것을.

 

어제도, 지금도, 남아있는 날들마저도 나는 나만의 한 세계,

완전히 독립된 그 자체이고 싶었다.

그 소망을 이룰 수 있을지 어쩔지는 아직도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하더라도,

나의 모든 것이 멈춘다하더라도

내 소망은 소망으로 소중히 남아있으리라는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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