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결빙의 강

체 게바라 2009. 2. 16. 13:20

 

 


 

밤새도록 바람이 강물을 때렸다.

몇 번이고 어깨를 들썩이다

못내 얼어붙은 강물

고통의 속내 감추려고 애썼으나

몸을 뒤척이는 속울음만큼이나

물무늬로 결빙된 굴곡이 눈부시다.

참으로 쓰라린 보폭을 끌어당겨

응고해버리는 저 단호함은 어디서 오는가.

 

북풍이 몰아칠 때 단단히 얼어버리겠다.

어느 날 쨍 하고 갈라질지언정

다시 강물로 흐느적이며 흐르지 않겠다.

얼음 속에서 아프게 반짝이다가

끝내 유리알처럼 편편이 부서질지라도

굴절되어 굴욕으로 유전하는 강물로 돌아서지 않겠다.

 

문득 뒤늦은 인생이 순정한 얼굴로 다가와도

얼어붙은 강물 앞에 누가 생애를 구걸하랴

사람의 마음을 비웃는 비수같은 강바람이

결빙을 꿈꾸는 자의 생각을 베어버리곤 하는

이 사려깊은 강가에서

밤새도록 바람이 강물을 때리는 때를

사지 멀쩡한 고통을 붙들고 기다릴 일이다.

       

                     -허장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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