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역사를 움직인 힘 - 커피

체 게바라 2008. 9. 26. 08:54

 

 

예나 지금이나 커피는 맛과 향을 즐기려고도 마시지만 카페인의 각성 효과에 기대어

마시는 경우도 많다. 쓰디쓴 커피가 아프리카에서 중동과 유럽 등지로 퍼져 나간 주된

이유는 커피의 맛이나 향보다는 독특한 '효능'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 옛날,

그리고 지금까지도 커피는 자연스레 종교 또는 제의와 밀접하게 연관되었다.

이슬람 신비주의자인 수피교도는 커피를 종교 의식에 이용한 대표적인 집단으로,

이들에게 커피는 정신적 도취감을 일으켜 신과 소통하게 하는 도구였다. 반면에

카톨릭과 다른 이슬람교는 커피를 정신이 혼미해지는 '악마의 음료'로 규정해 엄격히

금지했다. 이처럼 커피는 신성한 음료와 사악한 음료라는 극과 극의 평가를 동시에

받았다.

 

유럽에서는 종교보다 세속적인 공간에서 커피 문화가 더욱 발달했다. 커피가 들어오면서

런던과 파리를 비롯한 도시 곳곳에 카페가 속속 등장했으며, 사람들은 카페에 모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와 에술을 이야기했다. 카페에서 예술이 꽃피고 민주주의와 혁명이

태동했으며, 나아가 근대적 신문이 탄생했고, 보험을 비롯한 근대 금융업이 잉태되었다.

"커피의 출현이 창조적 사고에 큰 몫을 했다"는 쥘 미슐레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커피문화가 발달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뜻밖의 놀라운 이야기도 많다. 커피가 남성의

성기능을 떨어뜨린다며 커피를 금지해달라고 하소연한 17세기 런던의 어느 여성 단체,

오스트리아 침략을 계획하던 중, 프랑스의 개입을 미리 막기 위해 커피로 루이 14세의

마음을 사로잡아 불가침 약속을 받아낸 터키, 변비의 특효약으로 알려진 커피를 죄수들에게

충분히 공급하지 않아 프랑스혁명이 발생했다는 '믿거나 말거나'식의 이야기, 전쟁터에서

병사들에게 무모할 정도로 용기를 불어 넣는 카페인의 효능을 발견하고 군용 커피를

개발해 전쟁에 투입한 미국, 한 나라의 패권 변화를 그 나라의 커피 문화로 설명하는 이론 등

커피에 얽힌 크고 작은 역사적 사건과 오늘날의 모습을 살펴보면 커피는 과히

'역사를 움직인 힘'이라고 할 법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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