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신자유주의의 실패

체 게바라 2008. 7. 13. 16:15

 

新자유주의의 실패(조지프 스티글리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그동안 세계는 신자유주의에 그리 친절하지 않았다. 시장은 자기 조절 기능이 있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며, 공익에 이바지 한다는 생각 말이다. 민영화와 자유화, 그리고 인플레

방어에 집중하는 독립적인 중앙은행을 옹호하는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 그리고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의 근간이 된 것이 바로 이 시장 근본주의(market funda-mentalism)였다.

 

지난 반세기 동안 개도국 사이에서  경쟁이 있었는데, 패자가 누구인지는 뚜렸하다. 신자유주의를

추구한 국가들은 성장을 잃어버렸고, 성장을 했다고 해도 그 과실은 상층부에 있는 몇 사람들에게

불균등하게 돌아갔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그들의 이데올로기는 다른 테스트에서도 실패했다.

누구도 1990년대 후반의 금융시장이 자원을 배분하는데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런 실수로 인해 의도하지 않았던 이득이 있긴 했다. 통신 비용이 떨어지면서

인도와 중국이 더욱 세계 경제로 편입된 것이다.

 

그러나 주택이란 자원의 광범위한 誤배분(misallocation)의 경우 그런 이득조차 찾아볼 수 없다.

수많은 신축 주택들이 쓰레기 취급을 받고, 수백만 가정이 집에서 쫓겨났다. 어떤 지역에서는

결국 정부가 개입했다.

 

어두운 그림자는 확대되고 있다. 남의 돈을 빌리는데 신중하고, 가정을 잘 꾸려온 모범적인

시민들조차 집값이 악몽처럼 떨어지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집값의 급락 여파로 수백만 명이

일생의 저축을 다 잃게 될 것이다. 또한 주택 차압 사태는 세계적인 경기 둔화를 재촉하고 있다.

이번 경기 하강이 장기화되고, 광범위 할 것이라는 전망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시장은 급등하는

석유와 식료품 가격에 잘 대비하지도 못했다. 물론 두 부문 모두 자유시장 경제의 좋은 예는 아니지만

문제는 더 큰데 있다. 즉 자유시장경제라는 수사(修辭)가 선택적으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즉,

특별한 이해에 도움이 될 때는 옹호되고, 그렇지 않을 때는 폐기됐다.

 

부시 행정부가 잘한 점을 굳이 꼽는다면 레이건 행정부 때에 비해 말과 행동의 갭이 줄어들었다는

점일 것이다. 레이건은 자유무역을 강력하게 주창했지만, 그는 한편으로 '자유롭게' 무역규제 조치를

취했다. 악명 높았던 자동차 자율 수출 규제를 포함해서 말이다. 반면 부시의 정책들은 더 나빴지만

공공연하게 군사, 산업 복합체의 이익을 위해 종사한다는 점에서는 보다 솔직했다.

 

자유시장을 옹호하는 수사(修辭)와 정부 개입의 혼란스런 결합은 특히 개도국에는 나쁜 영향을 미친다.

개도국은 선진국으로부터 농업에 대한 개입을 중단하라는 압력을 받고, 결국 농민들로 하여금 미국과

유럽으로부터의 파괴적인 경쟁과 맞닥뜨리게 한다. 그러나 농민들은 미국과 유럽의 농민들과 경쟁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미국과 EU의 보조금과는 경쟁할 수 없다. 결국 개도국에서 농업에 대한 투자는

줄고, 식량 생산 단가의 격차가 확대되는 점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잘못된 충고를 퍼뜨리고 다닌 사람들은 배상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 비용을 개도국,

특히 비싼 값에 농산물을 사먹어야 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짊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의

세계 빈곤 정도는 크게 악화될 것이다. 

 

이처럼 풍요로운 시대에 개도국의 수백만 명은 최소한의 영양도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 식료품 및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특히 가난한 이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즉, 식료품과

에너지가 부자보다 빈자들의 지출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투기꾼들이 분노의 표적이 되고 있다. 그들은

말한다. 문제의 원인은 자신들이 아니라고, 자신들은 단순히 '가격 발견(price discovery)' -

다시 말해 식료품이나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것을 발견하는 과정-에 참여했을 뿐이라고.

그러나 이는 정직하지 못한 대답이다.

 

농산품 가격이 상승하고 변동이 심할 것이라는 예상에 수십 만명의 농민이 예방 조치를 취했다.

그런 상황이라면 농민들이 수확한 곡식의 일부를 보관했다가 나중에 팔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듬해의 수확이 기대에 못미칠 경우 감당할 수 없다. 그렇게 수십 만명의

농민들이 조금씩 시장에서 빼낸 곳식들이 전 세계적으로 쌓여 곡물 수급 불안을 심화시켰다.

 

시장 근본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화살을 시장의 실패에서 정부의 실패로 돌리기를 원한다.

한 중국의 고위 관리는 "문제는 미국 정부가 저소득 미국인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더 노력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동의한다.

 

그러나 그것이 진실을 바꾸지는 못한다. 미국 은행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리스크 관리에

실패를 저질렀고, 세계 경제 전체에 충격파를 던졌다. 그런데도 은행 경영자들은 수십억 달러를

챙기면서 유유히 걸어 나가고 있다. 

 

오늘날 사회적인 보상과 사적인 보상 간에 상당한 불일치가 존재한다. 그 둘이 정밀하게 조정되지

않는 한, 시장 시스템은 잘 작동할 수 없다. 신자유주의적인 시장 근본주의는 항상 특정 이익을

지키기 위한 정치적 독트린이었다. 그것은 결코 경제학 이론에 의해 뒷받침되지도 않았다.

그것은 또한 역사적 경험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것 또한 자명해졌다. 이런 교훈이야말로

글로벌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 속에 한줄기 희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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