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음
장인어른께서 치매로 노인병원에 지난 14일 월요일 입원하신지 벌써 2주가 지났다.
10여년 전 논에 자전거를 타고 가시다 화물차에 부딪혀 아스팔트에 머리를
다치신 것으로 인한 뇌졸중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번 CT촬영 결과 전두엽 아래의
백질에 충격을 주어 치매로 발전했다는 정신과 전문의의 소견이었다.
지각능력과 판단능력, 기억력을 상실하여 바지에 소변을 묻히시지만 그러나 옷에
실례한 수치심은 남아계셔서 그럴 때마다 “죽고 싶다‘는 말씀만 연발하신다. 자신의
병실도 찾지 못하고, 할머니들 병실로 자주 들어가셔서 역시 소변을 아무 곳에나
처리하여 간병인들을 귀찮게 하신다. 오늘은 서울에서 막내 딸 내외도 병원으로
찾아 문병했는데 입고 계시는 의복을 소변 때문에 세벌이나 버려 새 병실복으로
갈아 입혀드렸다.
그러니 어쩌랴, 치매란 자연스런 노년에 이른 인생의 한 과정인 것을...
그러니 세상의 아들 딸 들이여, 당신들이 간난아이 적, 당신들 부모들이 당신들의
대, 소변을 기꺼운 마음으로 처리하였듯이, 이제 간난아이로 돌아간 당신들 부모님의
치매에 대해 그 몫은 온전히 그대들의 차지가 아니겠는가?
장인어른,
이제 당신의 연륜만큼 당신의 가슴과 머리에 무겁게 쌓였던 미움, 서운함, 욕심 등은
조금씩 내려놓으세요. 그리하여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날 때는 당신이 처음 이 세상에
오실 때처럼 그런 공허의 無로 돌아가십시오. 보고 싶지 않은 사연도 많았을 테지요.
큰 자식을 당신보다 먼저 보내는 아픔도 계셨지요.
당신의 노후는 평화로움이나 안락함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의 상황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나 어쩝니까, 그것도 그 나름의 인생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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