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죽은 여가수의 노래

체 게바라 2007. 11. 22. 10:46

 

죽은 여가수의 노래



이제 그 여가수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아득한 그곳에서 몸은 버리고

목소리만 젖어 왔습니다.

얇게 압축된 가벼운 디스크 한 장 속에 눌린

그녀의 목소리엔

소름끼치도록 아름다운 마력이

아직 살아 있어 (...)

노래는 시간의 허방처럼 깊고

흑단의 긴 생머리 찰랑찰랑이던 그녀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윤기로 넘실 넘실

넘실거렸습니다  (...)

한번 입력된 그녀의 곡조는 지워지지 않은 채

내 구석구석을 돌아 문득문득

찢겨진 내 생각 밖으로 흘러나와

나를 물들이고

나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그녀의 회전을 좀체로 멈출 수 없습니다.



       -신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