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율 감소의 나비효과와 그 요인
1990년대 미국은 범죄율이 미친 듯이 증가하고 있었다. 총격 사망, 자동차 납치, 마약, 강도, 강간 등 범죄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원인은 이른바 ‘슈퍼 프레데터’라 불리우는 이들 때문이었다. 그들은 어디에나 있었다. 슈퍼 프로데터는 몸집이 왜소하고 손에는 권총을 든 대도시에 사는 무자비하고 냉혹한 10대들을 의미했다. 1995년 범죄학자 제임스 앨런 폭스가 미 법무장관 앞으로 10대 청소년에 의한 범죄가 급격히 상승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는 두 개의 시나리오, 즉 낙관적인 시나리오와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 그는 10년 안에 청소년 살인율이 15%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비관적 시나리오의 예상수치는 그 2배인 30%였다. “앞으로 범죄율은 치달아 1995년이 ‘행복한 옛 시절’로 여겨질 것이다.” 폭스가 내린 결론이었다. 폭스 이외의 여타 범죄학자들과 정치학자들 그리고 미래 예측론자들 또한 끔찍한 미래상을 내놓았다. 이에는 클린턴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범죄율은 계속 하락했다. 범죄율의 하락은 그 범죄의 종류를 불문하고 미국 전역에서 하락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었다. 특히 정확하게 그 반대의 사태를 예측하고 있던 전문가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반전의 규모는 놀라웠다. 10대 청소년들의 살인 범죄율은 폭스가 예측한 이래 5년 동안 50%나 감소했다. 그리고 마침내 2000년 미국의 살인 범죄율은 3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범죄율 감소에 대해 이제 전문가들이 논리적으로 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의 경제회복이, 총기규제법의 확산이, 훌륭하고 혁신적인 치안정책 때문이라는 논리가 이어졌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사회적 통념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1990년대 범죄율 급감의 엄청난 기여는 20여년 전에 성립된 요건으로 댈러스에 사는 노마 매코비라는 젊은 여성과 깊은 연관이 이었다. 아마존의 나비의 날개 짓이 플로리다의 허리케인에 영향을 미친다는 ‘나비효과’처럼 노마 매케인의 행동은 자신도 모르게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그녀는 가난하고, 교육도 받지 못했으며, 특별한 기술도 없이 마약까지 복용하던 21세의 젊은 여성이었다. 1970년 이미 2명의 자녀를 입양 보낸 전력이 있는 매코비는 자신이 또다시 임신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 당시 텍사스를 포함한 미국의 모든 주에서 낙태 시술은 불법이었다. 그녀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주장을 펼쳐 힘 있는 사람들을 설득했고, 그들은 그녀에게 정부를 상대로 낙태 합법화를 위한 집단소송을 제기하라고 제안했다. 피고는 당시 댈러스 컨트리의 지방검사였던 헨리 웨이드였다. 매코비의 본명은 제인 로라는 가명으로 위장되었다. 결국 이 재판은 미 연방대법원에 회부되었고, 1973년 1월 22일 대법원이 매코비(제인 로)의 손을 들어 줌으로써 미국 전역에서 낙태가 합법화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판결이 1세대 후에 범죄율 급감이라는 결과를 가져온 것일까? 범죄학의 관점에서 볼 때, 모든 아이가 평등하게 태어나지 않는다. 이제껏 발표된 수많은 연구가 빈곤하고 불우한 결손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범죄자가 될 확률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매코비의 경우처럼 낙태를 하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가난하고, 미혼이며, 비싼 불법시술을 받기에는 돈이 없거나 조건이 여의치 않은 10대 소녀들로서 ‘불우한 환경’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녀들의 아이들이 태어난다면 범죄자로 자랄 확률이 평균보다 훨씬 높다. 따라서 매코비의 승소에 따라 낙태가 합법화됨으로써 역설적으로 예비범죄자들의 양산을 막음으로써 범죄율이 곤두박질치는 극적이고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발생한 것이다. 자, 그렇다면 각종 언론매체에 나와 범죄의 원인에 대해 갖가지 이론을 늘어놓던 전문가들 가운데 대체 몇 명이나 낙태 합법화를 범죄율 감소의 원인으로 꼽았는가?
아무도 없었다. 단 한 명도.
스티븐 레빗, 스티븐 더브너의 <괴짜 경제학. 안진환 옮김, 웅진 지식하우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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