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목계장터
체 게바라
2007. 9. 4. 16:44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靑龍) 흑룡(黑龍)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 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새우 끓어 넘는 토방 뒷마루
석삼 년에 한 이레쯤 천치(天痴)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 하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신경림, ‘목계장터’-